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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플(nipple) 밴드에 다리털 제모 하는 남성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대학생 박모(23) 씨는 최근 얇은 티셔츠를 입을 때마다 모종의 작업(?)을 하고 있다. 바로 유두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 티셔츠 겉으로 도드라지는 부위가 신경쓰여 작년까진 꼭 민소매 티를 챙겨입었지만, 얼마 전 친구가 이 방법을 알려주며 더 이상 민소매 티를 입지 않게 됐다. 박 씨는 “다소 민망한 작업이기도 하고 뗄 때도 고통스럽지만, 옷 맵시 때문이라도 그만둘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반팔 사이로 삐져나오는 겨드랑이 털, 반바지 아래로 수북한 다리털 등 남자다움이 미덕(?)이던 시대가 저물고, ‘그루밍’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남성 연예인들이 제모를 하는 모습 등이 전파를 타는가 하면, 실제 제모를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니플밴드’를 사용하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보다 타인의 시선에 당당해지고 싶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다수 남성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니플밴드란 이른바 ‘스티커식 접착 브래지어’로, 얇은 옷 위에 유두가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는 용도다. 당초 거추장스러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대신 보다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여성들이 사용하던 것이지만, 요즘엔 박 씨의 사례처럼 ‘가슴’을 보이는 게 민망하다는 이유로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니플밴드 대신 일반 반창고나 의료용 테이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A(30) 씨도 얼마 전 인터넷에서 니플밴드를 구입했다. A 씨는 “반팔이나 흰 셔츠를 입을 때마다 가슴 부분에 항상 신경이 쓰였는데 니플밴드 구입 후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가슴이 보이는 옷차림은 싫다’던 주변 여성들의 반응도 A 씨가 니플밴드를 구입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사진=123RF]

‘남성미’로만 여겨지던 ‘털’도 최근 수난을 맞이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턱수염 등을 비롯해 겨드랑이 털, 다리 털 등을 관리하는 남성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의 한 피부과 관계자도 “면도시 모낭염이나 흉터가 생긴다는 이유로 아예 레이저로 제모를 하는 남성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성용 면도기’ 등 제모용품 구매하는 남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5월 G마켓에서 여성용 면도기 구매량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2%나 상승했다. 제모크림과 왁싱 제품도 각각 67%, 49% 가량 증가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다리털 숱 제거기’라고 불리는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인터넷에 해당 제품을 검색하면 실제 사용 후기를 올린 남성들도 적잖은 상황이다.

그러나 상당수 남성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박모(29) 씨는 “유행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일부러 털을 없애거나 유두를 가리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아니라면 굳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직장인 유모(27ㆍ여) 씨는 “여름에 민소매 티를 껴입는 것 보다 시원하고 보기도 좋지 않느냐”며 니플밴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최모(27ㆍ여) 씨는 “내 남자친구가 붙인 걸 알게 되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고 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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