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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부진·정몽규 세계최대 시내 면세점 승부수…두 곳중 한곳 반드시 차지한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서울시내 면세점을 따내기 위해 범현대가와 삼성가가 던진 승부수는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이다. 이는 다음달로 예정된 서울시내 면세점 유치를 앞두고 국내 양대 재벌가가 승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15년 만에 서울 시내에 면세점 3곳의 신설을 올해 허용한다. 다음달 신규 사업권을 가져갈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이 각각 발표된다.

지난달 ‘깜짝 합작‘을 발표했던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은 지난 25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두 회사의 합작 면세점 입지로 공개했던 아이파크몰을 세계 최대 시내 면세점으로 재단장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가져갈 시내면세점 두 곳 중 한 곳은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 롯데 신세계 압도한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 정 회장과 이 사장은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서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 ‘DF(Duty Free)랜드’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출범식을 통해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6만5000㎡의 면적에 한류관광과 쇼핑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DF랜드를 만든다.

규모는 세계 최대 면세점인 중국 하이난섬 ‘CDF몰’(7만2000㎡)에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도심형 면세점 중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다. 국내 최대 면세점인 롯데면세점 소공점(1만1200㎡)의 5.8배 규모다. 현재 발표된 면세점 후보지 가운데 신세계 소공동 본점(1만8180㎡)에 비해 3.6배 크다. 면세점 2만7400㎡에는 4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한다. 나머지 공간(3만7600㎡)에는 한류 공연장,한류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교통 인프라, 주차장 등이 갖춰진다.

HDC신라면세점이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내세운 데에는 롯데와 신세계의 면세점 입찰 전략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HDC신라면세점은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처음 밝힌 지난달에는 1만2000㎡ 규모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표방했다. 하지만 신세계는 1만8180㎡ 면적의 본점 본관 전체, 롯데는 동대문 쇼핑몰 롯데피트인의 11개층 통째로 면세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세계 최대’ 전략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용산전자상가, 아이파크 쇼핑몰과 더불어 DF랜드를 ‘몰링(malling) 관광 허브’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용산전자상가와 연결통로를 마련하고 전자상가 개보수까지 지원해 일본 최대 전자상가인 도쿄의 아키하바라처럼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사업 첫 해에만 3500억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다. 2017년에는 DF랜드와 전용 통로로 연결된 1700객실 규모의 국내 최대 비즈니스 호텔 단지가 들어선다. 호남, 충청, 강원 등 지역 관광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KTX호남선, ITX청춘열차가 지나는 용산역을 끼고 있는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 삼성 ‘면세점 경험’ 현대 ’입지‘로 두 곳 중 한곳 차지= 이번에 양가가 손잡은 것은 신규 시내 면세점 사업권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매출액은 약 5조4000억원이다. 이는 공항 면세점 매출액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내수는 침체됐지만 면세점 매출은 해마다 두 자릿수씩 성장하고 있어 기업들이 눈독들이는 상황이다.

재계는 두 가문의 협력이 정 회장과 이 사장의 승부수로 보고 있다. 서울시내 면세점에 홀로 도전하기에는 양측이 모두 한계와 약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를 ‘글로벌 빅3 면세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 이번 시내면세점 면허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진출하기엔 여러모로 불리하다. 호텔 신라의 경우 면세점 경험은 풍부하지만 면세점을 새로 차릴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 기존 서울 장충동 면세점을 넓히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입지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현대산업개발과 손 잡은 것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말 기준 국내 면세점 시장의 약 30%(매출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롯데와 마찬가지로 ‘독과점’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같은 논란을 희석하는 측면에서도 단독 진출보다는 합작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도 호텔신라의 운영 노하우가 필요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유통업이 주력 사업부문이 아닌데다가 면세점 운영 경험조차없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두 재벌 가문이 50%씩 합작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유통 역량과 장소로 인한 한계 때문”이라면서 “출범식에 오너들이 직접 나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대기업에 할당된 두 장의 사업허가권 중 한 장을 반드시 가져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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