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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ㆍ반기문ㆍ손학규의 공통점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큰 사건’을 맡은 검사들은 입버릇처럼 ‘수사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 예단할 수 없고, 관전자들도 섣불리 결론을 내지 말라는 뜻이다. 이를 정치권에 접목해도 같은 등식이 성립한다. ‘정치=생물’. 특히 대권을 노리는 주자들에겐 ‘금과옥조’ 같은 말이다.

본인의 의지든 아니든 차기 대권주자로 세간에서 평가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ㆍ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그리고 정계 은퇴 선언 뒤 전남 강진의 토굴에서 생활하고 있는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어도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자꾸 흔든다’는 식으로 ‘때’를 저울질하며 확답을 미룬다. 차기 대선이 2년여 남아 있다는 점에선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거론되는 인물이 ‘롱런’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4ㆍ29 재보궐 선거 승리 뒤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를 굳힌 걸로 보이는 김무성 대표는 지난 22일 알쏭달쏭한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한민국헌정회 정책포럼’ 특강에서 “나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판에 들어와서 뭔가 남기고 그만 둬야겠다. 정당 민주주의를 만들어놓고 (정치를) 그만두겠다 결심했다”며 “70살 넘기기 전에 정치할 뜻이 없고 대권은 하늘이 주시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스스로 대권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그간 김무성 대표가 보여준 행보는 대권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처럼 보였다. 일례로 지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정부의 불가 방침이 내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하며 ‘통합의 정치인’이미지를 과시한 걸 꼽을 수 있다.

아울러 4ㆍ29 재보선 승리의 도취감에 빠지지 않고 선거가 있었던 지역구를 재차 방문하는 ‘애프터서비스’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만 63세로, 그가 언급한 대로 70살 전에 정치를 그만둔다고 해도 차기 대선은 김 대표가 65세가 되는 2017년에 치러지는 만큼 시기상으론 유효한 주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확연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미 강력한 대선주자로 올라섰지만, 본인은 ‘반기문 대망론’을 거부한다. 반 총장은 최근 방한해 차기 대선 출마와 관련,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8년반 동안 재직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며 “국내 정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저를 (대권주자로) 포함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하진 않았다. 


토굴 생활 중인 손학규 전 고문도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새정치연합이 끝간 데 없는 내홍에 휩싸이면서 ‘구원투수’로의 역할을 기대하는 여론이 형성돼서다. 몇몇 언론들은 그가 기거하고 있는 토굴을 찾아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를 떠난지 오래’라는 취지로 답을 했다. 그러면서 ‘차나 마시고 가라’, ‘자연에서 사는 맛을 사람들이 알런지 몰라’라는 선문답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안방에 전해졌다. 새정치연합의 비주류 의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손 전 고문의 복귀를 ‘희망사항’으로 거론하고 있다. 군불을 지피고 있는 만큼 그가 언젠간 정치로 ‘컴백’할 것이라는 추론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거물 정치인ㆍ세계적 지명도가 있는 인사들이 본격적인 ‘액션’에 나설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여론이고, 이를 만드는 건 결국 국민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생물’이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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