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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에세이] 곰배령 야생화 이야기
[헤럴드경제=김명섭 기자]산괴불주머니, 개별꽃, 큰구슬봉이, 홀아비바람꽃, 양지꽃, 큰뱀무, 쥐오줌풀....

모두 우리나라 토종 야생화 이름입니다. 이름만 불러봐도 참 예쁩니다. 마치 동요를 부르는 듯 합니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각각의 꽃마다 개성이 넘치고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야생화의 매력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고, 아무 곳에서 막 자라는 듯 하지만 꽃을 피우는 자리가 신성하다는 겁니다.

이런 야생화가 봄부터 시작해 가을까지 계절이 바뀌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뽐내는 곳이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입니다. 

개별꽃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곰배령 정상은 기온이 낮아 야생화들이 아직 피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송이 야생화가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 피어있다.
홀아비바람꽃이 나무그늘아래에서 피어있다. 홀아비 바람꽃은 서늘한 곳을 좋아한다.
홀아비바람꽃이 등산로 옆으로 피어 있다. 홀아비 바람꽃은 서늘한 곳을 좋아한다.

점봉산을 넘는 부드러운 고개인 곰배령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교차되는 곳입니다. 남ㆍ북방계식물이 모두 생육하는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곰배령을 포함한 점봉산은 한반도 자생식물의 약 20%인 854종의 식물과 84종의 조ㆍ포유류가 서식하는 국내최고의 보전가치를 지닌 산림입니다다. 1993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흔히 곰배령을 ‘천상의 화원’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곰배령 입산은 사전 예약을 받습니다. 점봉산 생태관리센터에서 300명만 탐방할 수 있습니다. 곰배령을 오르는 길은 완만해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길이 쉽고 야생화에 매료돼 걷는 길이라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는 동의나물이 계곡옆에서 자라고 있다.
벌깨덩굴이 계곡옆에서 자라고 있다. 벌깨덩굴어린잎은 식용으로도 이용된다.
등산객들이 벌깨동굴 군락지를 지나고 있다.
나비 한말리가 쥐오줌풀에서 꿀을 빨고 있다

작은 산책로에 피어난 야생화를 보며 걷다보면 어느 순간 ‘여유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야생화 한송이 한송이마다 피어난 사연이 다른 것이 우리네 인생과 비슷합니다. 길에서 길을 찾는 것이지요.

피나물꽃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양지꽃위에서 파리가 쉬고 있다.
활짝피 야생화 뒤편으로 등산객들이 산행을 하고 있다.
잎위에서 피어난 야생화 수줍은 듯이 천천해 개화를 하고 있다.

조병화 시인도 ‘들꽃처럼’이란 시에서 야생화에 우리들 삶을 투영했습니다.

들을 걸으며

무심코 지나치는 들꽃처럼

삼삼히 살아갈 수는 없을까


너와 내가 서로 같이

사랑하던 것들도

미워하던 것들도

작게 피어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삼삼히 흔들릴 수는 없을까


눈에 보이는 거 지나가면 그 뿐

정들었던 사람아

헤어짐을 아파하지 말자


온실속의 화초가 성형미인이라면 야생화는 순수 자연미인입니다. 우리는 꽃집의 가꿔진 꽃들을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보내지만 정작 발앞에 놓인 야생화는 쉽게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야생화는 비바람을 벗 삼아 스스로 잘 자란 위대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입니다.

 
등산로 옆에 피어난 산괴불주머니가 등산객들을 반기고 있다.
야생화는 때로는 곤충들의 안락한 쉼터가 되기도 한다.
참꽃마리가 마치 밤하늘의 별이뜬것 처럼 피어있다.
개미한마리가 야생화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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