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배구의 ‘전설’ 신치용 감독
신치용 감독은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이유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지도자이다. 배구를 좀 아는 이들은 20년간 삼성화재 한 팀에서만 사령탑을 맡아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전무후무한 챔프전 7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는 사실을 자동적으로 생각한다. 프로 출범 이전 ‘백구의 대제전’ 시절인 1997년부터 2004년까지 8연패를 달성한 것까지 포함하면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배구는 그가 이끄는 ‘삼성화재 천하’였다. 농구 국가대표출신 부인 전미애씨, 전 프로농구 선수 둘째딸 신혜인씨와 삼성화재 주공격수로 활약하다 입대한 사위 박철우 등 스포츠로 어울어진 스포츠패밀리로도 유명하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20년 지도자 생활을 꽉 채우고 성공리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는 점이다.

신치용 감독은 지난 1995년 한국전력 코치로 근무하다가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취임했다. 국가대표팀 감독도 여러 차례 맡은 바 있던 신치용 감독은 한 팀에서 가장 오랜 기간동안 재임한 지도자로 남게됐다. 야구 김응룡 감독이 예전 해태 타이거즈에서 18년간 지도자 생활을 한 것보다 2년을 더 한 것이다.

그가 감독으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코트의 제갈공명’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뛰어난 승부사 기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그간 무적행진을 벌여오면서도 숱한 위기를 만났다. 매번 우승을 차지한 뒤 드래프트 순위에서 밀려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못했고, 선수 수급과 세대 교체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던 선수를 혹독한 조련으로 수준급 선수로 둔갑시키고, 뛰어난 안목으로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했다.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의 실력보다는 인성을 더 중시하는 지도자로 각광을 받았다. 배구에서의 꽃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라고 주장하고 선수들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귀를 활짝 열어놓았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 같았고, 고참 선수들에게는 따뜻한 형님같이 편안하게 상대해 주었다. 삼성화재가 그동안 선수들 간 불화와 반목없이 최고의 팀웍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엮어낸 이런 공동체적 공간이 한 몫했다.

그는 훈련할 때는 성실한 태도, 집중적인 자세와 몰입 등을 강조하며 정신적으로 강하게 선수들을 단련시켰다.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많은 땀방울을 선수들과 같이 흘렸다.

물론 그도 실수도 하고 예상치 못한 성적에 당황해하기도 했다. 올해 프로배구 챔프전에서 큰 경기 경험이 적은 황동일 등이 흔들리자 어쩔 수 없이 우승을 OK저축은행에게 내주고 말았다. 8연패의 무산과 함께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으로 무난하게 감독직을 수행해왔다. 지난 20년간 화려한 성적을 냈지만 그 뒤편에선 항상 밑천이 달려 고민을 할 때도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앞으로 쉽사리 깨지지 않을 대기록을 남기고 화려하게 퇴장한 신치용 감독이 배구단 단장 등 구단 관리자로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지 기대된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