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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급하다” 이유로 혁신에 ‘선 긋는’ 새정치
- “시간 없다”, “위험하다” 이유로 결국 내부 인선에 무게
- 문재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 혁신위원장직 제안
- ‘혁신’ 외치던 문재인,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며칠 전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묻다가 기자가 국회를 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대뜸 “야당은 정말 왜 그러냐”라는 개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지인은 수도권 출신의 30대 남성으로 유권자가 된 순간부터 새정치연합 후보를 찍어왔다고 합니다. 새정치연합 내홍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이 더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인은 “도대체 언제적 박지원이고 언제적 김한길인가. 손학규가 유력 대선주자로 재부상 하는 것도 황당하다. 얼마나 인재가 없으면 과거의 인물들만 뱅글뱅글 돌고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문재인도 결국 한계에 가로 막혀 공회전 하고 있다”는 뾰족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개인의 의견이 정치의 흐름을 읽는 바로미터가 될 순 없지만 국회 밖에서 들려오는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습니다. 지난 전당대회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혁신’이라는 단어를 외쳐왔지만 새정치연합의 오늘은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어떤 계파가 잘못했고 잘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년 간 매번 선거에서 지면서도 늘 유사한 인물과 비슷한 대안을 반복하며 제자리를 맴도는 현실은 새정치연합 130명 의원 모두의 책임입니다. 130명 중 한명도 희망과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야기일테니까요.

최근 새정치연합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초계파 혁신기구’도 같은 맥락입니다. 재보선 참패 후 불거진 내홍으로 비노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문 대표는 각 계파의 수장들이 모여 당무혁신, 공천인사 등의 주요 권한을 나누고 서로 논의하는 혁신기구 수립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혁신기구를 이끌 혁신위원장에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두루 논의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 측은 “문 대표와 만나본 후 이야기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문 대표는 안 전 대표 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고개가 갸우뚱 해집니다. 안 전 의원은 약 1년 전 7ㆍ30재보선 패배의 책임으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패전투수가 1년 만에 당의 혁신을 이끌 구원투수로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혁신’이라는 말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인데, 새정치연합의 한 과거를 ‘패배’로 이끌었던 인물이 혁신에 적합한 인물인지 회의적입니다.

안 전 대표 개인의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이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 의미입니다. 안 전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비노계이면서도 계파 색이 옅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갖춰으며, 초선이지만 대표직을 역임한 무게감 때문입니다. 이 정도 카드면 비노계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고 대중에게는 ‘혁신을 시도한다’는 인식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 전 대표가 아니더라도 혁신위원장은 당 내부에서 인선해야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부 인사는 시간이 많이 끌어지기 때문에 쇠도 달궈졌을 때 때려야 하듯 당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한다”고 내부 인선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석현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모르는 사람에게 당 맡기는 것은 무면허 의사에게 몸 맡기는 것과 같다”며 외부 인재 영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시간과 당의 안정을 위해 무리한 선택은 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꽤 오랜 시간 동안 새정치연합은 ‘안전한 선택’을 해왔고 그 결과가 재보선 참패와 내홍으로 얼룩진 ‘오늘’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늬만 혁신해서는 또 다시 과거만 반복하는 꼴이 됩니다. 시간이 걸리고 예측이 어렵다 하더라도 ‘묵은 조직’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려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혁신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 듯 금세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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