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쯤으로 기억한다. 귀엽고 앙증맞은 꼬마들이 잔디밭 위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다니던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날아라 슛돌이’라는 이름의 이 예능 프로그램은 2002년 월드컵 이후 꾸준히 상승한 축구의 인기와 경기 중 어린 선수들이 보여주는 귀엽고 깜찍한 행동들이 재미를 유발하면서 ‘국민 예능’으로서 자리매김 했다.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 ⓒ발렌시아 홈페이지 |
이 예능, 아니 이 축구 다큐의 ‘신 스틸러’는 단연 주장 이강인 이었다. 직접 골도 넣었지만, 이강인은 정확한 패스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팀을 이끌어 나갔고, 시청자들은 방송에 잡히는 장면마다 이 7살 소년이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에 매료되어 갔다.
슛돌이 3기 맹활약을 펼친 이강인 ⓒKBS 날아라 슛돌이 방송화면 캡처 |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강인은 슛돌이 종영 이후 2009년 인천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U-12)에 입단해 축구실력을 닦아 나갔다. 그 결과 인천 유나이티드 시절 가졌던 발렌시아CF 유소년 팀과의 초청경기에서 이강인은 자신보다 1~2살 많은 발렌시아 유소년 형들을 상대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고, 이 경기를 지켜본 발렌시아 스카우터들의 눈도장을 받아 2011년 11월 발렌시아 유소년 팀 ‘알레빈C’에 입단하게 된다.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서도 이강인은 승승장구 했다. 2011년 입단 후 제1회 토렌트, 제4회 마요르카 국제축구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고, 2013년에는 12세 이하 유소년 축구팀 12개 팀이 참가한 ‘블루 BBVA 대회’에 참가해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과의 8강전 결승골을 넣는 등 총 4골을 기록, 득점 부문선두와 대회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하였다.특히 이 대회 이강인이 도르트문트 유소년 팀과의 조별리그에서 기록했던 프리킥 골을 EPL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로베르토 솔다도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찬함으로써 해외와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각종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강인의 주가는 끝없이 치솟았다. 세계 유수의 클럽들이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왔고, 이에 발렌시아는 2013년 12월 25일 이강인에게 6년 계약을 제안, 이강인의 가족이 스페인에서 사용하는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43억원의 바이아웃 조항까지 발표하며 이강인 지키기에 나섰다. 이러한 구단 측 노력의 결과 현재 이강인은 여전히 발렌시아 인판틸 A 에서 활약하고 있다.
JS컵에 출전한 이승우와 백승호 ⓒKFA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
이승우를 둘러싼 목소리는 지금 이 시기 ‘유망주’ 이강인에게 명확한 이정표를 제공해 준다. 성인 무대에서의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승우는 유소년 축구계에서 만큼은 확실하게 실력적으로 검증받은 축구 선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계속해서 제기 되고 있는, 선수 본인의 태도와 인성과 같은 축구 외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들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즉, 이승우 보다 ‘어린’ 아직까지 ‘검증 중’에 있는 이강인 에게 지금 이 시기는 철저히 축구 그 자체에만 집중해야하는 시기인 것이다.
세계적인 명장,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유소년 단계에서의 가장 좋은 교육법은 좋은 축구를 하면서 항상 승리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이시기, 이강인 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전적인 경험과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승리하는 습관이다. 아무리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발휘할 ‘기회의 장’이 없다면, 말 그대로 유망주로 시작해 유망주로 끝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월반한 인판틸A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의 미래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렇다면 이시기 우리 축구팬들은 어떻게 이강인을 지지해야 할까?
경기 후 동료들과 함께 사진찍는 이강인의 모습 ⓒ발렌시아 홈페이지 |
날아라 슛돌이 에서 ‘축구왕’ 슛돌이가 되어 돌아온, 이제는 어엿한 한국 축구 유망주로 성장한 이강인의 ‘진지한’ 축구 다큐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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