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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부인과인데…분만실이 없네?
저출산속 수익성 악화일로…돈되는 미용시술 눈돌려
비만·피부 클리닉은 기본…의사 산부인과 기피도 심화
산부인과 병의원 급속 감소



'분만실 없는 산부인과’가 늘고 있다. 저출산이 지속돼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다, 의료사고 위험까지 짊어진 산부인과가 본업인 분만을 꺼리고 돈이 되는 미용시술 등에 눈을 돌리고 있는 탓이다.

산모들은 임신관련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인근 산부인과 대신 분만시설이 갖춰진 대형병원을 찾아나서야 하는 형국이다.

서울 강동구 A 산부인과 원장 김모 씨는 최근 분만실을 폐쇄했다.

24시간 응급 대기 하려면 운영비용이 많이 들고 분만을 아무리 많이 해도 의료수가가 낮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진설명>산부인과 전문의 수가 매년 감소하고 출산율 저하 등으로 수익이 떨어지자 산부인과 본업을 외면하며 ‘분만실 없는 산부인과’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헤럴드경제DB사진]

분만실을 없앤 산부인과들은 소음순ㆍ질 성형 등 레이저 수술이나 비만ㆍ피부관리실 운영 등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C 산부인과의 경우 ‘비만전문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원장과 상담 후 비만치료약을 처방해 준다. 일주일 치 처방 금액이 회당 1만원으로 주로 임산부가 아닌 보통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다른 산부인과들은 ‘비타민 주사’, ‘신데렐라 주사’, ‘칵테일 주사’와 같은 이름의 시술을 해준다.

이들 병원은 피로회복이나 피부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를 하고, 주사 한 대당 5만~10만 원에 수회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기도 한다. 아직 분만실을 운영 중인 산부인과들도 분만실 폐쇄 여부를 놓고 저울질이다. 

경기도 김포 B 산부인과 원장 이모 씨는 “분만실을 운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어쩔 수 없이 의료사고 위험과 마주할 가능성이 있어 언제나 걱정”이라며 “산모와 아이 둘을 동시에 신경써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신관련 치료를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분만실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산모들이 허다하다.

결국 대형 종합병원에 가야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산모들이 많아 병상을 찾기도 어려운 처지다.

임산부 정모씨는 “집 주변 산부인과에 갔지만 분만실도 없고 마치 피부과에 온 느낌이었다”며 “어쩔수 없이 집에서 먼 대학병원에 가야만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이 의료계의 산부인과 기피 현상과 더해져 ‘출산 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매년 최저치를 새로쓰는 저출산율에, 강도 높은 의료진의 노동환경 등으로 의사들의 산부인과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2007년 이전까지는 매년 200명 이상 수준을 유지하던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 수는 2011년 이후 두 자릿수로 돌아섰다. 산부인과 병의원 수도 반토막이 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3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2004년 1311곳이었던 분만기관(대학병원 제외)이 2013년에는 641곳으로 줄었다.

박노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산부인과가 ‘저출산ㆍ저수가ㆍ고위험’이라는 삼중고에 허덕이고 있어 처음 개원할 때부터 분만을 하지 않거나 분만실을 닫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산모가 위급할 때 분만 시설을 가까이서 찾기 힘들게 돼 분만 인프라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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