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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장훈, 강균성, 유병재, 최현석 백종원…‘신 예능대세’ 덕목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리얼리티가 예능 트렌드로 각광받는 요즘 ‘예능인’이라는 업종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이미 예능의 세계에서 배우와 가수가 말과 몸으로 두루 웃겼던 ‘방송인’들의 자리를 위협한지 오래다. 하지만 그 위협의 기간마저 짧다.

방송사의 예능PD들은 그 이유로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독특한 속성을 든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예능 PD는 “한국처럼 콘텐츠 소비 주기가 빠른 나라도 없다. 다매체ㆍ다채널 시대로 접어들며 시청자들은 업계 관계자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며, 앞서가게 됐다”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싫증도 잘 낸다”고 말했다.

예능PD들이 말하는 시청자들의 특성은 방송가의 흐름도 바꿔놓는다.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해 인기를 모으면 방송사마다 천편일률적인 콘텐츠가 쏟아져나오는 것은 그 어느 나라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기 위한 제작진의 몸부림이며,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은 스타들이 TV만 틀면 쏟아지는 것은 하이에나처럼 ‘대세 예능인’을 찾아 프로그램을 꾸미려는 PD들의 속성이 큰 몫을 했다.

올해에도 새로운 예능 아이콘들이 쏟아졌으나 그 인기를 장기간 끌고 간 사례는 몇 없다. 스타가 되긴 쉽지만 수명을 연장해 ‘대세’가 되기 위해선 갖춰야할 덕목이 있다. “아예 새로운 얼굴이거나, 익숙하지만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것”ㆍ“자기만의 정보와 노하우를 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질 것”(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그 캐릭터가 특정 세대를 대변할 때 공감과 대리만족을 불러올 것”(정형진 CJ E&M 방송콘텐츠 전략담당국장)이 예능대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이다. 


▶‘아니, 그건 아니고’ 서장훈= ‘국보급 센터’ 서장훈은 이제 채널을 바꿔가며 방송사를 누비는 스타가 됐다. 까칠한 줄만 알았던 왕년의 농구스타가 2015년 방송가를 주름잡는 대세 예능인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연예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냐는 질문마다 “아니, 그건 아니고”를 연발한다. 서장훈이 만든 유행어다.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서장훈이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한 것은 지난해 방송했던 MBC ‘사남일녀’가 처음이었지만, 서장훈을 다시 보게된 것은 같은 방송사의 ‘무한도전-유혹의 거인’ 편에 출연하면서였다. 서장훈은 각종 프로그램을 게스트로 넘나들며 의외의 입담을 선보이는데 굳이 친절하려고 애쓰지는 않지만, 어딘가 정중한 화법에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비친다. 자신의 자리가 쑥쓰럽고 어색하다는 듯 난감해하는 모습 역시 시청자에겐 ‘반전’ 매력을 안겼다. 익숙하지만 전혀 색다른 모습에 시청자가 열광한 경우다. 현재 서장훈의 인기는 방송 프로그램 갯수와 광고로 입증할 수 있다. MBC ‘세바퀴’, SBS ‘동상이몽’, tvN ‘고교10대천왕’의 MC로 활약 중이며, 그 이전엔 MBC ‘애니멀즈’, 엠넷 ‘야만TV’에 출연했다. 또한 하이트진로에서 판매하는 위스키 ‘더 클래스’와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모델로도 발탁, 20~30대의 스타로임을 입증했다. 


▶‘신흥 돌아이’ 강균성=보컬그룹 노을의 멤버 강균성의 별칭은 ‘신흥 돌아이’(신또)다.

한 때는 가요계를 주름잡는 ‘감성 보컬’이었으나 2000년대 후반 멤버들의 군입대로 서서히 대중에게서 멀어졌다. 강균성이 그로부터 수년 후 예능대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본인 고유의 캐릭터가 가진 독특함 때문이었다.

지난 2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강균성은 희한한 자기세계를 풀어놓으며 온라인을 발칵 뒤집었다. 한 회 출연으로 시청자를 뒤흔들어놓은 강균성의 매력을 낚아챈 건 JTBC였다. ‘마녀사냥’,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비정상회담’에 연달아 출연하며 순결서약에 대해 거침없이 설파하는 등 독특한 정신세계를 선보이자 강균성도 신(新) 예능대세로 떠올랐다. 인상적인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기이한 캐릭터는 마치 ‘4차원 교주’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강균성의 별칭이 ‘신또’가 된 배경이다.

강균성은 이후 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까지 이름을 올리며 예능대세로의 행보를 이어갔고, 드라마 카메오로도 활약을 이어갔다. 광고계에서도 대세를 놓치지 않았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포레스트 포맨 퍼펙트 올인원 스킨’, 샴푸 브랜드 엘라스틴의 모델로 발탁됐을 정도다. 현재는 SBS ‘썸남썸녀’에 출연 중이며, 케이블 채널 tvN ‘촉촉한 오빠들’에도 출연 예정이다. 


▶‘삼포세대’의 아이콘, 유병재=케이블 채널 tvN의 스타 유병재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유병재는 인물로 놓고 보면 방송가에선 찾아보기 힘든 ‘희귀 캐릭터’였고, 대세 예능인의 조건을 놓고 보면 꽤 많은 성공요인을 탑재한 스타다. 아예 새로운 얼굴이었으며, ‘자기 콘텐츠’를 갖춰야 찾는 곳이 많아지는 험난한 방송가에서 ‘독창적인 능력’을 보유했고, 그것을 풀어놓는 과정이 대중적인 공감을 산 예능인이다.

유병재는 케이블 채널 tvN ‘SNL코리아’의 작가 출신으로 코너 출연까지 겸하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프로그램의 ‘극한직업’ 코너를 통해 유병재는 ‘삼포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보다 천사표이지만, 그 뒤에선 악마로 돌변하는 연예인들의 뒤치닥꺼리를 도맡는 매니저를 연기하자 시청자들은 그를 진짜 연예인의 매니저로 알았다. 별나게 피학적인 이 무대에서 유병재는 약간의 과장과 조롱을 섞어가며 생활인의 모습으로 공감을 샀고, 뒤돌아서면 연예인들을 향한 육두문자를 날리며 그들을 조롱하자 쾌감은 극대화됐다.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같은 모습에 유병재는 올 한해 ‘무한도전’과 ‘런닝맨’ 등 지상파 주말예능까지 섭렵했고,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연기하는 재능을 무기로 tvN ‘초인시대’에서도 활약 중이다. 

▶‘셰프테이너’ 최현석ㆍ백종원=2015년은 명실상부 ‘쿡방’시대다. 다양한 요리프로그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자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요리로 스타가 된 셰프들을 모시기에 바빴다. 방송가 트렌드가 만든 대세 예능군단이 바로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이며,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춰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소해주는 예능인이 바로 이들이다.

그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최현석과 백종원이다. 최현석 셰프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예능인들을 기죽이는 예능감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허셰프’(허세+셰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20년 경력이 뒷받침되는 ‘이유있는 허세’가 밉지 않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일순위가 됐다. ‘무릎팍도사’, ‘마녀사냥’ 등의 토크 프로그램에 쉴새없이 출연했고,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인터뷰 1순위에 시구까지 겸한 스타가 됐다. 현재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KBS2 ‘인간의 조건’, 올리브 ‘한식대첩’에도 출연을 앞두고 있다. 


외식 사업가로 명성이 높았던 백종원은 갑자기 튀어나온 셰프테이너다. 요리 프로그램들을 통해 셰프들이 이름을 날릴 때, 백종원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독설과 권위의 상징이었던 셰프들은 백종원의 구수하고 털털한 입담,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요리를 만드는 셰프답게 편안한 모습으로 ‘백주부’로 불린다. 한 예능 PD는 “백종원의 가장 큰 장점은 진정성이다. 진솔한 입담이 본인의 요리철학과 맞닿아있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하고 즉각적인 리액션이 리얼을 요구하는 시청자에게 진짜라는 반응을 불러오게 한다”고 말했다. 백종원은 ‘마리텔’과 더불어, 올리브 ‘한식대첩’, tvN ‘집밥 백선생’의 고정출연을 앞두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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