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지현 도쿄특파원의 日유통記]규동이 뭐라고…덮밥 값에 울고 웃는 日서민들
[코리아헤럴드(헤럴드경제 자매지) 도쿄특파원=김지현 기자]미국에 빅맥지수(Big Mac index)가 있고 한국에는 자장면지수가 있다면, 일본의 서민경제 지수로는 규동(牛丼)지수가 있다. 빅맥지수는 미국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의 대표적 햄버거 상품인 빅맥(Big Mac)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상대적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지수를 말하고, 자장면 값이 그 도시의 소득과 생산을 말해준다고 해 한국에선 자장면지수라 불린다. 규동지수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을 빌려 물가 비교 시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규동은 간장소스에 볶은 소고기 요리를 밥 위에 얹어 먹는 덮밥으로,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한끼 식사로 일본 서민층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로 꼽힌다. 한 그릇에 대략 270엔, 우리 돈으로 3000원도 안되는 돈으로 점심 한끼를 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은 일본의 장기적 불황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만큼 경기가 어려웠고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규동 가격에도 파동이 일어나고 있다. 
스키야 신주쿠점.

지난달 일본 최대 3대 규동 체인점 중 하나인 스키야(すき家)가 규동을 한 그릇에 2500원에서 3000원 이상으로 30%나 되는 가격 인상을 감행했다.

이는 이미 요시노야를 포함한 다른 경쟁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뒤라 소비자들이 받았던 타격은 더욱 컸다.

점심으로 규동을 즐겨먹었다고 하는 20대 직장인 타카이 씨는 “앞으로는 편의점에서 파는 100엔대 주먹밥이나 샌드위치로 식사를 때울 작정”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백 원 차이지만, 그만큼 규동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지난 2000년 이후 소위 닷컴버블(dot.com bubble)이 터지면서 일본 식당들은 줄줄이 규동 가격을 내렸고, 최근까지도 2500원 미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 맥도날드 햄버거는 500원 정도였다.

하지만 점주들에 따르면, 이제는 엔고 때문에라도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베 정부가 펼친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재료구입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등 신흥 경제국가에서 고기 소비를 늘리면서 가격은 더욱 올라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경제가 좋아지면서 인건비도 오르는 추세로, 전반적으로 식당들의 비용지출이 증가했다는 것이 점주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은 규동 가격 인상이 현재 경제상황을 생각할 때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식당들은 가격만 올린 것이 아니라 맛도 그만큼 좋아졌다면서 애써 소비자들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jemmi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