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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 닫는 진짜 이유 봤더니…불안감에 쫓기는 현실 때문?
[헤럴드경제=한석희ㆍ원호연 기자]한국인이 ‘소비의 미덕(美德)’을 버리고 ‘저축의 악덕(惡德)’을 쫓는 모습은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부진의 이유가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불안감은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그 크기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저축→소비부진→경기침체→투자위축→가계소득 저하’로 이어지는 절약의 악순환은 통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계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은 2011년 78.2%에서 지난해엔 74.5%로 3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국내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최근 들어 가계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는 오히려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소득증가율이 5.78% 였던데 반해 소비지출 증가율은 4.63%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소비지출 증가율은 2.84%로 소득증가율(3.38%)에 한참 못미쳤다.

그러다 보니 한국가계의 흑자규모는 계속해서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처분소득 증가율 보다도 증가폭도 크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011년 5.46%, 2012년 6.35%, 2013년 1.92%, 2014년 3.46% 였던데 반해, 흑자율은 같은 기간 23%, 25.9%, 26.6%, 27.1%로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의 ‘2014년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더라도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91조7000억원에 달했다. 자금잉여는 예금ㆍ보험ㆍ주식 등에 예치해 굴린 돈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빌린 돈을 뺀 것으로 잉여 규모가 늘고 있다는 것은 쌓아두기만 하는 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3~4년 사이에 상승세로 반전한 저축률에서 보듯 사람들이 돈을 쟁겨 놓고 있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애기하는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이 소비를 짓누르는 것일까. 일견 맞는 애기이기도 하지만 최근 몇년간의 통계를 보면 소비부진의 이유를 100% 가계부채와 소득불평등으로 돌릴 수도 없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2011년 59.9%, 2012년 60.9%, 2013년 61.7%, 2014년 62.6%로 조금씩이나마 개선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소득 분위별 소득증가율과 소비성향을 보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2014년 동안 전체 가구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4.3%였던 데 반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소득증가율은 5.2%로 가장 높았다. 반면 최고소득층인 5분위의 연평균 소득증가율은 4.2%로 평균 수준에 그쳤다. 또 2010년 대비 2014년 소비성향 하락폭을 보더라도 전체 가구의 하락폭이 -4.4%포인트 였던데 반해, 1분위의 하락폭은 -14.1%포인트에 달했다.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1분위가 소득은 늘었는데 지갑은 오히려 닫았다는 애기다.

이와 함께 국내 가계의 이자부담도 줄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1년 4/4분기 12조5330억원에서 지난해 4/4분기엔 10조3450억원으로 줄었다. 가계부채는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이자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저소득 계층의 이자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지난해 소득 1분위 계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비용 비중은 2.4%로 전체 가구(2.5%) 보다 낮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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