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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25. ‘낯선 인도’ 뱅갈로르는 화려한 첨단도시
[HOOC=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코친(Cochin)에서 함피(Hampi)로 가는 여정 중에 어쩔 수 없이 뱅갈로르(Bangalrore)에 들른다. 뱅갈로르는 이번 여행계획에 없던 도시인데 여정이 꼬여서 코친에서 밤버스로 여기에 와서 다시 밤기차로 함피로 가게 되었다. 그야말로 한나절, 잠깐 경유하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릭샤를 타고 기차역으로 가서 티켓을 끊고 배낭을 클락룸에 맡긴다. 그리고 다시 릭샤를 타고 시내의 MG로드 향한다. 인도의 도시에는 MG로드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주요거리 이름이 MG로드인 경우가 많다. MG로드의 MG는 바로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의 약자다. 그만큼 인도사람들이 간디를 존경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 뱅갈로르의 MG로드는 내가 본 중에선 가장 현대적인 거리다. 인도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어제까지 무척 더웠는데 뱅갈로르는 남인도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하다. 해발고도가 920m나 되는 고원도시이기 때문이다. 인도 IT산업의 메카라는 이곳 뱅갈로르의 깨끗하게 정비된 거리에는 소니, 삼성, 푸마,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기업의 세련된 매장들이 늘어서 있다. 


대도시 특유의 혼잡함과 밤버스에서의 피곤함이 겹쳐 피곤하지만 그 와중에도 영화티켓을 산다. 오늘밤 기차로 함피로 가야해서 여기서 시간을 때워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표소 아저씨의 추천을 받아 ‘질라(Jilla)’라는 액션영화를 본다. 역시 인도영화는 볼거리가 많고 극적 요소도 풍부해서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내용짐작도 가능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인도 관객들의 호응은 여행자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철부지 주인공이 인생을 아는 멋진 사나이로 거듭나기 위해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에 감탄을 거듭하는 인도사람들이 더 신기하다. 어쨌든 시원한 극장에서 편히 앉아 서너시간을 때우고 나온다.


삼성 간판이 보이는 건물의 KFC에 들어가 한참동안 앉아서 쉰다. 삼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이국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만난다는 게 막연한 위안이 될 때도 있다. 거리에서 맥도날드, 스타벅스를 만나면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된다. 익숙함은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과 조우하는 대도시가 싫다. 현대적인 도시에서의 삶이란 다 그렇고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상상할 수 있는 범주의 세상보다 작은 마을 순박한 사람들과 만나는 게 더 좋다. 이상하게도 대도시일수록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사는 세상처럼. 누구랄 것 없이 바쁘고 빨리 뭔가를 해야하는 일상이 싫다. 밤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MG로드만 기웃거린다. 인도 같지 않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가득한 이 번화가를 바라본다.

해가 저물고 뱅갈로르 시티역으로 돌아간다. 역에 오니 다시 인도 풍경이 펼쳐진다. 웨이팅 룸에는 수학여행 온 것인지 여학생들이 바글바글하다. 인솔하시는 수녀님들도 계시다. 사춘기로 보이는 여학생들의 수다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커피와 짜이를 파는 소년은 자꾸 이 방에 들어와서 여학생들과 얘기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고 시계 파는 할아버지는 까다로운 여학생들에게 시계를 보여주며 예쁜 시계를 몇 개나 팔고 있다. 웨이팅 룸은 점점 포화상태가 된다.


시끄러운 웨이팅 룸을 나와 플랫폼으로 간다. 벤취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데 타밀나두에서 왔다는 아주머니와 아들이 말을 건다. 까만 옷을 입고 히잡을 쓴 아주머니는 무슬림이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진지하게 종교가 있는지를 묻는다. 나도 그렇고 동행도 그렇고 종교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럼, 너희는 누구한테 기도하니?”

아주머니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놀라며 되묻는다. 나자신을 믿는다는 어수룩한 대답으로 얼버무린다.

힘들 때마다 기도를 들어주실 큰 분이 있다는 것,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그 존재에 의지해온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종교가 없는 삶은 그래서 조금 더 힘든 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화려한 MG로드를 돌아보고 대도시가 싫다며 기차역으로 돌아온 저녁, ‘절실한 기도’를 해본 적이 있나 반문하게 되는 곳, 여기가 인도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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