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요즘은 ‘힐링’이란 말이 힘을 잃어버린 세상이다. 잠깐의 달콤한 ‘힐링’은 도피일 뿐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힐링’ 열풍은 수그러들었다.
듀오 옥상달빛은 이른바 ‘힐링 음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가사와 아름다운 화음을 중시하는 편안한 멜로디. 이에 위로 받은 이들은 옥상달빛의 음악에 ‘어른들은 위한 동요’라는 찬사를 안겼다. 2년 만에 정식으로 신곡을 발표한 옥상달빛은 이전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전한다. “희한한 세상에서 사느라 힘들지? 실은 나도 지겹고 힘들어”.
6일 오후 1시 서울 동숭동의 한 카페 야외무대에서 옥상달빛의 새 싱글 ‘희한한 세상’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옥상달빛의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은 대표곡 ‘없는 게 메리트’ ‘수고했어 오늘도’를 비롯해 오는 7일 공개되는 이번 싱글의 수록곡 ‘희한한 세상’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를 라이브로 선보였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수십여 옥상달빛의 팬들이 참여해 라이브를 즐겼다.
박세진은 이번 싱글의 타이틀곡인 ‘희한한 세상’에 대해 “독립해 살기 시작한 이후 2년 마다 집을 옮기는 세입자 신세인데 주거비용이 저축하는 금액보다 너무 빨리 올라가는 현실에 화가 났다”며 “문득 70년대에 발표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생각나 다시 읽어보니 소설 담긴 이야기와 지금의 현실이 물가 외엔 달라진 것이 없는 걸 보고 우린 정말 희한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수록곡인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에 대해 김윤주는 “일에 매달려 사는 20대 나이의 동생이 그 일을 진정 좋아해서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며 “가족도 제대로 못 돌보는데 누굴 위로하나 싶은 마음에 동생에게 들려주고픈 노래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싱글에는 수록곡 2곡의 내레이션 버전이 따로 담겨 있다. 배우 유승호가 ‘희한한 세상’을, 정은채가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두 곡의 내레이션 버전은 동화처럼 밝은 멜로디와 편곡에 가려져 있던 가사의 무거운 메시지를 드러내 보인다. 내레이션 버전을 통해 ‘희한한 시대’의 “눈 감고 귀 막고 입을 닫고 살면 그럼 지금보다 행복할거래”,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의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기겠지”와 같은 가사는 동화의 옷을 벗고 섬뜩한 현실로 다가온다. 매우 독특한 경험이다.
김윤주는 “가사가 무거워서 일부러 멜로디를 밝게 썼다”며 “활동하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힐링 전도사’와 같은 이미지를 얻었는데 이번 싱글을 통해 그런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탈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동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곡을 만들어왔는데, 요즘에는 텔레비전을 켜면 희한한 소식들만 들린다”며 “곡에 무거운 주제가 담긴 이유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면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상달빛은 오는 6월 중순 서울 서교동 루프 갤러리에서 ‘희한한 시대’를 주제로 다양한 미술 분야 작가 15명과 함께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다. 또한 옥상달빛은 싱글 공개 당일인 7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청계천 광동교에서 버스킹(거리공연)도 벌인다.
옥상달빛은 “오는 7월 전국 투어를 벌일 계획”이라며 “올 하반기에도 이번 싱글과 비슷한 형태로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