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통법 빈틈, 금융이 파고든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삼성카드로 통신요금 납부만 하면 35만원을 할인받는다. 증권 계좌를 트고 월 1~2회만 거래해도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살 수 있다.

KT의 유통 자회사 KT M&S와 삼성카드는 이달 초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구매 고객에게 매달 통신요금을 1만5000원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삼성카드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삼성카드 사용 고객이 특판 홈페이지를 통해 KT의 갤럭시S6 또는 갤럭시S6엣지를 구매하면 2년간 36만원을 지원해주는 행사다. 법정 지원금 및 2년 약정에 따른 요금 할인은 별도다. 출고가 85만원, 공시 지원금을 최대로 받아도 60만원 가까이 줘야 했던 갤럭시S6를 30만원 대 가격에 살 수 있는 셈이다.

단말기 유통법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이동통신 시장에 이 이벤트는 히트 상품이 됐다. 행사 시작 5일만에 예정했던 물량 1000여대가 모두 나간 것이다. 별다른 행사 안내도 없이 입소문을 통해서만 금새 마감됐다. 보통 특정 제휴 카드를 만들고, 매달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씩 꼬박꼬박 사용해야만 포인트 차감 형식으로 몇 십만원 싸게 살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단순 통신요금 자동이체로만으로도 통신료 절약이 가능했기에 인기가 높았다.

이와 관련 경쟁사 한 관계자는 “KT가 삼성카드를 이용해 삼성 갤럭시S6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며 “삼성카드만 이용하면 아무 조건없이 월 1만5000원의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 36만원의 불법 지원금을 제공하는 격” 이라고 성토했지만, 제한된 수량의 이벤트였고, 또 통신요금 자동이체로 카드사가 얻는 수익을 감안하면 불법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KT 관계자는 “통신사의 우회 지원금이 아닌 카드회사에서 자동이체를 조건으로 요금 일부를 할인해준 것”이라며 경쟁사의 트집을 일축했다.

실제 최근에는 증권사, 그리고 카드사들과 손잡은 추가 할인 이벤트가 ‘단통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증권사의 CMA계좌를 개설하거나, 또는 일정 금액의 주식을 거래할 경우 최신 스마트폰을 값 싸게 제공하는 이벤트는 이통 3사 모두가 진행 중이다. 이통사는 불법 보조금 논란 없이도 고객을 유치하고, 또 증권사들 역시 실제 거래를 수반한 유효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또 카드사와 이통사들 역시, 단통법 이후 ‘제휴 카드’의 양을 대폭 늘리며 고객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차별화된 직접 마케팅 수단이 사라진 이통사 입장에서, 우회 지원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금융사와 제휴는 매력적”이라며 “이익은 늘어난 반면, 점유율이 아쉬운 이통사들이 6월 이후 금융과 제휴를 통한 점유율 확대 경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choij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