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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운 채널] 묵묵히 달리는 중고 자동차, 신용운의 팔이 지나온 길
[ 헤럴드 H스포츠=김송희기자 ] 150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며 달리는 신형 자동차가 있다. 사람들은 모두 자동차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화려한 조명 아래 주목받는 신차와 달리, 주차장 한 쪽 수백만 킬로미터를 달린 중고차가 있다. 사고가 있었는지 여기저기 흠집도 났다. 속도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중고차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조금은 느리지만,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신용운의 이야기다.

묵묵하게 달려온 신용운 ⓒ삼성 라이온즈

신용운도 질주하는 신형 자동차였다.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 지명을 받을 정도로 빛나는 투수였던 그는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마음껏 달렸다.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2003년 70경기 119이닝을 소화하며 11승 3패 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63을 기록, KIA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까지 총 182경기 21승 11패 22세이브 15홀드 3.18의 평균자책점. 너무 열심히 달렸던 탓일까. 신용운의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게 됐다.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잠시의 멈춤이라 생각했다. 재활도 성공적으로 마쳐 2006년에 복귀했다. 이번에는 팀 사정이 그를 괴롭혔다. 주축 투수들이 연이어 무너지며 신용운의 팔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불펜의 핵심이던 그가 선발 등판하는 날이 늘어났고, 등판 횟수만큼 평균자책점도 높아져갔다.

결국 신용운은 꿈꾸던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친 신용운은 군복무를 택해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금메달 시상식에도, 팀의 우승 마운드에도 신용운은 없었다. 제대 후의 핑크빛 복귀 또한 없었다. 2009년 다시 한 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11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았다.

신용운의 가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삼성 라이온즈

아픔은 한 번 더 찾아왔다. “신용운은 끝났다.”라는 말에도 묵묵히 재활하던 그에게 이적 소식이 들려왔다. 재기를 확신하지 못했던 KIA가 2차 드래프트 보호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궂은 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광주구장의 마운드는 그에게 소중했기에 충격도 컸다. KIA팬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신용운은 2011년 삼성 라이온즈의 파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실 의아하기도 했다. 세 번째 수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용운을 삼성이 왜 지명했을까. 삼성에 가자 의문이 풀렸다. 국내 최고의 재활시스템을 자랑하는 STC(삼성트레이닝센터)는 그를 다시 달리게 만들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더 아프면 끝”이라며 서두르지 않고 신용운의 재활을 기다렸다.

1년이 넘는 기다림. 추격조로 1군에 합류한 신용운은 2013년 44경기에 나와 2승 2홀드 10.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활했다. 긴 재활에 대한 보상일까. 그토록 바라던 첫 우승의 기쁨도 맛보게 됐다. 마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그가 동료들과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달콤함은 짧았다. 조금씩 속력을 내며 달릴 준비를 하던 신용운에게 다시 한 번 빨간 불이 켜졌다. 팔꿈치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며 수술대에 올랐고, 재수술까지 받았다. 맹장 수술까지 합쳐 총 6번의 수술.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의 반복에 모든 것을 내려놓을 법도 하지만, 동료들의 응원으로 힘든 재활을 묵묵히 견뎌냈다.

그의 활약은 이대로 이어지길... ⓒ삼성 라이온즈

2015년 신용운은 긴 재활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신용운이 돌아와서 활약해주면 좋겠다.”는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부합하며 마운드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13경기 8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은 0. 재기는 힘들다는 세간의 평가를 보란 듯이 비웃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만큼의 빠르기는 아니다. 여기저기 부상도 많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는다. 조금씩 천천히 달리는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신용운은 던지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도전이다. 후배들에게는 가르침이다."라며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오늘 던지고, 내일 던질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런 하루가 조금 더 이어지기만 바라고 있다.”는 신용운. 그가 소망하는 ‘그런 하루’가 긴 시간 이어지기를 바라본다.

byyym36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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