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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신 작가 평생 쓰고 싶었던 소설 ‘단 한번의 사랑’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사랑은 인간의 가장 황홀한 숙제이기에 영혼을 끝까지 짜내어 썼습니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69)이 돌아왔다. 칠순을 바라보는 작가가 지고지순한 사랑을 들고 왔다. 대하소설 ‘대발해’ 이후 7년만이다. 장편소설 ‘단 한번의 사랑’은 그가 오랜시간 공들여 꾹꾹 눌러 쓴, 첫 사랑 얘기다.

김홍신은 4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간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인간시장’처럼 사회비판적 작품을 많이 썼다. 그런 작품을 쓸 때마다 정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사랑 얘기를 써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품어도 글쓰기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소설쓰기의 고통스런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2007년 ’대발해‘를 쓰면서 그는 3년간 두문분출했다. 하루 12시간 20매씩 원고지 1만2000장을 썼다. 그것도 만년필로. 그는 그렇게 꼬박 앉아서 작업하느라 관상이 변했다고 했다. 오른손이 마비됐다. 햇빛을 보지 못하고 물을 적게 먹어 요로 결석에 햇빛 알러지까지 생겼다고 했다.

“햇빛을 보면 얼굴과 목에 돌기같은게 돋는데 목에 상처가 남아 이후 스카프를 두르게 됐다”며, 남들은 멋부리느라 그러는 줄 안다고 털어놨다.

소설쓰기의 트라우마로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수필과 시로 달랬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일단 시작하자고 작심했다. 첫 문장만 쓰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영혼에 그 사람이 습기처럼 스며들어 있습니다”

’단 한번의 사랑‘의 첫 문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소설은 2011년 3월부터 꼬박 3년 6개월이 걸렸다. 그는 “가장 오랫동안 붙잡고 쓴 소설”이라고 말했다.

쓰면서 그는 진통을 앓았다. 

“사랑을 섬세하게 묘사할 부분에 오면 진도가 안나가요. 제 자신에 화가 나죠. 그런 표현에 왜 딱 막힐까 생각해보니 애절해서 그런거 같아요, 다가올 사랑이 중요한데 이 나이에 사랑이 올까, 누가 나를 사랑할까, 그런게 간절해서. 너무 간절하면 자기 표현이 안되는 것 같아요”

가짜 애국자를 잡아내는 장면, 그 자신이 겪은 장면에서도 애를 먹었다. “당시에는 제가 옳은 사람이고 정직한 사람이고 확신에 찬 사람으로 알았는데 지나고 나니까 그 사람도 어느 정도 옳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게 탁탁 걸리더라고요.“

소설은 재벌2세 남편을 둔 40대 유명 여배우, 강시울의 기자회견 폭탄발언으로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말기암이며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더불어 자신은 얼마전에 이혼했다는 사실도 밝힌다.

강시울이란 이름은 ’그 남자‘가 지어준 이름이다. 시울은 어느날 난데없이 납치돼 감금된 상황에서 성적 노리개로 전락하고 끝내 강제결혼에 이른다. 가난하고 본 데 없지만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란 그녀의 배경은 재벌남 조진구가 시울에게 집착하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이다.

소설은 순정한 사랑으로 시작해 점차 막강한 권력과 재력을 가진 조씨 집안의 가짜 독립운동가의 너울을 벗기는 사회추리소설로 가지치기를 하며 사랑의 완성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이 가짜 독립유공자 얘기를 그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밝혀낸 사건에서 가져왔다. 당시 그는 가짜 독립유공자 5명을 밝혀내 훈장을 치탈하고 현충원 파묘를 성사시킨 바 있다.

소설속에서는 독립유공자 심사를 했다는 친일파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명된다. 

작가는 “젊은 시절 역사공부를 하면서 견디기 어려웠던 갈등을 어딘가에 표현하고 싶었다. 독립 유공자 심사를 친일파들이 했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를 노출시키고 싶어서 실명으로 거명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사랑얘기에의 갈증을 거듭 설명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느낌이 사랑이 그런 가보다 그랬는데 떠나고 보니까 사랑이라는 건 영원한 숙제구나, 사랑의 문제는 누구나 자기 혼을 끄집어내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갈증 같은게 있구나 생각했어요. 제 집앞 전봇대에 까치가 둥지를 짓는데 수없이 나뭇가지를 물어다 쌓지만 바닥을 보면 쌓은 것 보다 흘린 게 많아요. 그래도 수없이 물어다 완성하려고 하는 거 보면, ’사랑이라는게 완성하기가 어렵구나‘, ’새가 둥지를 짓는 것 같구나‘ 는 생각을 하게 돼요.“

소설에는 사랑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기도 하다.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인 백혈병에 걸린 여자는 그의 경험이 어느정도 들어가 있다.

‘단 한번의 사랑‘은 그 특유의 감수성에 속도감, 드라마적 요소로 흡입력이 있다. 드라마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작업한 이 소설은 현재 드라마 작업화과정에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사랑이야기를 제대로 쓰고 싶다고 했다.

“인간의 향기는 영혼의 상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의 상처는 누구나 갖고 있죠. 상처가 흉터로 남으면 분노 좌절 실패, 앙금이 되지만 향기로 남으면 히스토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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