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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위아래’를 둘러봐도… ‘아예’ 이젠 그녀들이 대세
비주얼·퍼포먼스에 가창력까지…뜨는 걸그룹 EXID
청순 이미지와 멀어진 선배 걸그룹들
그 빈자리 노린 신인그룹 우후죽순

‘위아래’ 직캠 덕에 뒤늦게 부상한 EXID
멤버 개인역량 잘 발휘된 후속곡 ‘아 예’
연이은 히트로 롱런 가능성 확인



걸그룹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러블리즈 오마이걸 씨엘씨(CLC) 등 청순 발랄한 컨셉의 걸그룹들이 끊이지 않는다. ‘엠카운트다운’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을 보다 보면 어디서 저렇게 많은 걸그룹들이 만들어지는지 놀라울 정도다.

걸그룹은 섹시함이 큰 무기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섹시함을 추구하다가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인지 청순 발랄한 걸그룹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이런 걸그룹의 춤은 최대한 귀엽게 만들어 “오빠, 나 앙증맞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청순 발랄한 이미지로 시작해 최고봉에 오른 소녀시대가 제시카의 탈퇴로 완전체가 무너졌고, 멤버들 대부분이 연애하고 있어, 남자들이 연애의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체재가 필요해진 것도 상큼 발랄 걸그룹 양산의 한 이유일 수 있다. ‘카라’나 ‘씨스타’ ‘시크릿’ ‘미스에이’도 이제 대선배 소리를 듣는 상황이고 보면 신인 걸그룹 시장의 주인 자리가 비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걸그룹 환경속에서 최근 1~2년 사이에 두 개의 걸그룹이 크게 약진했다. 하나는 크레용팝이고, 하나는 EXID다. 두 그룹 모두 비주얼과 퍼포먼스 덕을 봤다. 하지만 노래로도 어필할 수 있는 팀이다. 
5인조 걸그룹 EXID는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개인별 능력들이 잘 결합해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 왼쪽부터 정화, 솔지, 혜린, 하니, LE.

두 팀 모두 첫번째 히트곡이 ‘역주행’한 사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크레용팝은 ‘빠빠빠’를 넘어설만한 후속곡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5인조 걸그룹 EXID는 전작 ‘위아래’를 넘어설만한 힙합댄스곡인 ‘아 예’가 나와 롱런 채비에 들어갔다.

이제 EXID의 무기는 ‘직캠’으로 부상한 선정적인 춤만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물론 에이스인 하니가 중간에서 양 팔을 허리에 갖다대는 동작만으로도 대중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안무만으로는 롱런하기 힘들다.

EXID는 우선 음악적인 기획이 좋고, 그 다음으로는 멤버들의 개인적 능력과 기능의 연결이 아주 매끄럽다. 그렇게 해서 멤버들의 개인적 역량이 잘 드러나는 각각의 부분들이 좋은 전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곡에 참가한 신사동호랭이는 “큰 히트곡을 가진 그룹의 2번째 음악은 전체를 모두 바꾸려고 하거나, 너무 큰 걸 보여주려고 하면 실패한다. 어떤 걸로도 전작의 큰 성공을 이길 수 없다. 사회적 분위기와 매체 활용도가 복합적으로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면서 “전작인 ‘위아래’가 히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양산형 음악이라면 ‘아 예’는 멤버의 개인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다”고 말했다.

먼저 래퍼이며 이번 앨범 프로듀싱에도 참가한 LE가 훅을 선보이며 곡의 아이텐티티를 알리면, 하니가 반(半)가성과 비음으로 세련된 멜로디를 소화한다. 하니는 얼굴만 예쁜 비주얼용만이 아니라 음악을 자기만의 개성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LE의 마이너하면서도 파워풀한 랩이 이어지고, 서브보컬 정화가 중간 다리 역할로 LE-하니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혜린-솔지를 이어준다.

하니가 앨앤비와 어반 분위기를 띠고 있다면 혜린-솔지는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멜로디에 어울리는 보컬을 지니고 있어 이들간의 브릿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맑은 목소리를 지닌 정화는 생뚱맞거나 묘한 음색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킨다.

정화 파트를 이어받은 혜린은 가창력을 자랑하는 메인보컬 솔지에 가려진 면이 있지만, 꽤 좋은 보컬을 지니고 있다. 고음에 강한 솔지가 바로 나오면 음이 튀지만, 혜린이 발라드 스타일의 감성을 보여준후에 마지막 주자인 솔지에게 바통을 넘겨주면 연결이 자연스러워진다.

이미 ‘복면가왕’에서 가창력을 인정받은 솔지는 음폭 변화가 크며 감정을 많이 담아 부르는 고음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 솔지에 이르면 노래가 ‘뽕끼’ 감성이 나와 중독성을 배가시킨다. 힙합 댄스 보컬에서 바로 솔지로 연결되면 자연스럽지 못할 수도 있지만 EXID는 그 연결고리가 매끄럽다.

이제 아이돌 그룹이 비주얼과 퍼포먼스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주얼로는 한순간이다. 음악이 좋아아 하며 가창력까지 갖춰야 한다. ‘불후의 명곡’과 ‘나는 가수다’에 나온 효린, ‘복면가왕’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솔지와 산들(B1A4)은 아이돌그룹이어서 노래실력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했지만 기회를 만나자 한껏 가창력을 뽐냈다. 빅뱅처럼 노래를 자신들이 끌고갈 수 있게 하는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춘다면 더 좋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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