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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를 부탁해’, 일요예능대전 해볼만하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옮긴 첫번째 방송에서 지상파 3사중 3위에 머물렀다. 지난 26일 방송의 시청률이 지난 방송보다 2.3%포인트 하락한 4.9%(이하 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아직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K팝스타4’ 후속 자리에는 ‘썸남썸녀’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아빠를 부탁해’ 중에서 ‘아빠를 부탁해’를 편성한 것은 그나마 적절한 선택이다.


경쟁사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14.6%)와 MBC ‘복면가왕’(6.7%)은 먼저 자리를 잡은 프로그램이다. 조급증을 느끼지 말라는 뜻이다. 주말 킬러 콘텐츠인 ‘1박2일’이나 ‘무한도전’도 처음에는시청률이 저조하면서 꽤 고전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보면 ‘아빠를 부탁해’는 여건이 나쁜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두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아빠를 부탁해’는 일단 화제성이 좋다. 시청률이 높게 나와도 화제와 이슈성이 약하면 콘텐츠로서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데, ‘아빠를 부탁해’는 초반인데도 이슈를 선점했다.

‘아빠를 부탁해’는 정규편성이 되기 전부터 출연하는 딸들을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딸을 부탁해’라는 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아빠를 부탁해’가 관찰예능의 기본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재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각종 미션을 부여하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하기 시작하면 리얼리티가 춤을 추게 된다. 하지만 ‘아빠를 부탁해’는 심심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초반 다큐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제작진이 미션을 주거나 가볼만한 곳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아빠와 딸이 하고싶은 것을 제작진이 따라가는 형태다.

이경규는 심장혈관 시술을 받았던 부분을 체크하기 위해 병원을 찾고 딸 예림이는 그의 보호자였다. 두 사람은 청계산을 등반하며 함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는 이경규가 동국대 재학시절 지냈던 하숙집 근처 중국집에서 예림과 함께 짬뽕밥을 먹으며 추억에 잠겼다.

조재현의 가정도 비슷하다. 딸 혜정의 성장기에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추억이 없고 함께 있어도 어색했는데, 부녀가 함께 하면서 두 사람간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혜정은 아빠에게 불만이 있어도 짜증을 내지 않고 귀여운 어투로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혜정은 할아버지 생신을 위해 아빠에게 고스톱까지 배우며, 1인3역 고스톱치기로 맹연습에 돌입했다.


‘아빠를 부탁해’를 보면 ‘자상한 아빠’ 강석우와 조민기, ‘무뚝뚝한 아빠’ 이경규와 조재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겉으로만 판단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속마음이야 자신의 딸이 최고인 ‘딸 바보’들이다.

‘아빠를 부탁해’는 아빠의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딸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자상덩어리 조민기가 공항으로 가는 차속에서 여권을 두고 왔다는 딸 윤경의 말에 “유학을 4년씩이나 다니면서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냐?”며 버럭 소리를 질러 딸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는 “저런 얼굴로 화를 냈다는 게 미안하네요”라며 뒤늦게 후회하는 아빠 조민기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대목에서 ‘아빠를 부탁해’가 일으키는 공감대는 시청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화가로도 활동하는 강석우는 딸 다빈에게 자신의 작업 방식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딸과 함께 밑잡업을 했다. 이런 두 사람도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 궁금해진다.

‘아빠를 부탁해’가 처음에는 조재현-혜정이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4 부녀 커플이 상황에 따라 누구나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음을 알 수있다.


이경규의 딸 예림이 관찰예능 출연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한가지 있었다. 어릴때 부터 아버지를 통해 과도하게 예능을 접한 예림이가 TV에서 컨셉을 잡거나 연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예림은 예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민낯을 보여줘 이상할 정도였다. 예림이가 리얼예능에서 있는 그대로의 ‘쿨’한 모습을 보이면서 캐릭터가 더 잘 살아가고 있다.

혈관질환 체크를 위해 입원한 아빠를 간호해주는 모습이나, 아빠를 위해 참기름 샐러드와 겨자 샐러드를 만들어 아빠에게 폭풍눈물을 흘리게 하는 모습 등은 모두 예림의 있는 그대로 모습이었다.

예림은 감정과잉과 같은 무리수(?)를 절대 범하지 않았다. 요즘 시청자들은 관찰예능에서 어디서 어디까지가 연출된 부분인지를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잡아내기 때문에 예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는 건 시청자의 호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예림이 나름 레시피대로 요리한다는 것이 겨자를 너무 많이 넣어 실패작이 돼버린, 이런 리얼한 모습으로 인해 예림은 엉뚱하면서도 매력이 있는 자신의 실체가 아주 잘 살아났다. 예림뿐만 아니라 다른 3명의 딸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어 ‘아빠 어디가’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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