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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철민의 사커라클] 끝내 웃지 못한 벵거, 무리뉴에게 또다시 왕좌를 넘겨주다

[ 헤럴드 H스포츠=박철민기자 ] 이보다 더 격렬한 런던 더비가 있을까? 27일 0시(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아스날과 첼시의 경기는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0-0으로 마무리됐다.

 

< 공 경합 중인 세스크 파브레가스(좌)와 아론 램지(우) ⓒ 첼시 공식 트위터 >

2004년 이후로 조제 무리뉴와의 12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아르센 벵거는,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설욕에 실패했다. 통산전적 13전 7승 6무. 벵거 감독의 설욕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아스날이 FA컵 우승에 성공한다면 양 팀은 다음 시즌 커뮤니티쉴드에서 다시 맞대결할 가능성이 크다.
 
 

< 첼시와 아스날의 경기 출전 선수들 ⓒ 그래픽 = 박철민>

주전 공격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쓰러진 가운데 무리뉴는 오스카를 최전방에 세우는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에당 아자르, 윌리안 그리고 하미레스가 2선 공격진을 꾸렸고, 파브레가스는 네마냐 마티치와 함께 중원을 구성했다. 수비진은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존 테리, 개리 케이힐 그리고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가 출전했고, 뒷문은 티보 쿠르트와가 지켰다.

이에 맞서, 우승을 위해 꼭 이번 경기를 잡아야했던 벵거는 번리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올리비에 지루가 최전방으로 출격했고, 메수트 외질, 알렉시스 산체스 그리고 아론 램지가 2선에서 지루를 받쳤다. 나초 몬레알, 로랑 코시엘니, 페어 메르테자커 그리고 헥토르 벨레린이 후방을 지켰고 골키퍼 장갑은 다비드 오스피나가 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복귀전이기도 했던 이날 경기에서, 아스널 홈 팬들은 심한 야유로 파브레가스의 복귀를 맞이했다. 파브레가스는 관중들의 야유에 위축된 듯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총 65개의 패스를 시도해 49개의 패스를 성공시켰고, 그중 키패스는 2회였으며, 패스 성공률은 75.4%로 이전까지 보였던 경기력에 비하면 저조한 편이었다.
 

< 전반전 기록들 ⓒ 그래픽 = 박철민>

 
전반전부터 양 팀은 매섭게 공격을 몰아붙였다. 하프타임까지 점유율은 약 58대 42로 아스날이 앞섰으며, 슈팅 시도 횟수도 아스날이 첼시를 앞질렀다. 아스날은 패스 시도 횟수도 약 120회 가량 더 시도하면서 짧은 패스를 통한 특유의 축구를 구현했다. 하지만, 만들어진 찬스에 비해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유효슈팅은 전반전동안 단 한차례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이날 주심은 1985년생인 마이클 올리버로 현재 프리미어리그 주심 중에 가장 젊은 주심이었다. 전반전에만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을 각 팀별로 한차례씩 선언하며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전반 33분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개리 케이힐의 손에 공이 맞은 장면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올리버가 맡았던 경기 중에서 첼시는 14차례, 아스날은 16차례였다. 올리버 주심 경기에서 첼시는 14전 11승 2무 1패로 높은 승률을 보였던 반면, 아스날은 16전 6승 5무 5패로 저조한 승률을 보였다. 우연인지 이번 경기에서도 아스날은 무승부를 추가하며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 후반전 기록들 ⓒ 그래픽 = 박철민>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무리뉴는 전반전에 오스피나와의 충격으로 부상을 입은 오스카를 디디에 드로그바와 교체했다. 정통 공격수를 보유한 첼시의 공격력은 드로그바의 투입으로 살아났다. 슈팅 횟수는 전반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늘어난 편은 아니지만 후반전의 슈팅 3개 중 2개의 유효슈팅이 있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치열하게 공방을 이어가던 도중, 후반 30분 벵거는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중원의 핵심인 프란시스 코클랭을 공격수인 대니 웰백으로 교체한 것이다. 8분 뒤, 최전방 공격수 지루를 빼고, 테오 월콧을 투입시키면서 높이가 아닌 스피드로 승부를 보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이 승부수는 실패였다. 웰백은 약 19분 동안, 볼터치를 9회 기록했으며 월콧은 단 두 번만 공을 잡았을 뿐이다.

딱히 승부를 걸어야할 필요가 없던 무리뉴는 후반 44분 커트 주마를 투입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추가시간 3분에 후안 콰드라도를 투입시키면서 시간을 끌었다. 아스날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승점 차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첼시에겐 큰 소득이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첼시는 승점차이를 10점으로 유지하면서 우승에 더 한 발자국 다가섰다. 5경기를 남겨둔 현재, 첼시가 1승 4패를 하고 아스날이 5전 전승을 거둔다면 기적같이 역전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첼시, 아스날 남은 경기일정 ⓒ 그래픽 = 박철민>
 
남은 일정을 바라본다면, 첼시는 강등권에 위치한 팀을 두 번이나 만남으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다. 첼시에게 남은 매직넘버는 2다. 빠르면 35R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우승을 조기확정 지을 수 있다. 아스날은 36R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잘 넘긴다면 별일 없이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첼시의 이날 무승부에 가장 큰 일등공신은 바로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다. 태클을 무려 10회나 성공시키면서 측면을 든든하게 지켰으며,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클리어링을 13회 기록하며 팀의 후방을 책임졌다.
주전 공격수들이 다 쓰러진 상태에서, 제로톱 전술을 가동하면서까지 적진에서 0-0 무승부를 이뤄낸 점은 첼시에게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로테이션을 돌리지 않는 상태에서 첼시가 남은 시즌동안 가용할 수 있는 전술의 폭이 한층 더 넓어졌고, 그로 인해 한층 더 여유로운 상태에서 매직넘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첼시는 다음 라운드에서 강등권 탈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레스터 시티 원정을 떠나며, 아스날 역시 강등권 경쟁 중인 헐 시티 원정을 떠난다. 첼시가 언제 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byyym36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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