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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위권 후보 롯데-한화 ‘마약야구’ 돌풍 무섭네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마약야구도 아니고, 끊을 수가 없어요.”

팬들이 미친다. 수년간 꼴찌를 전전해도, 가을야구 구경꾼으로 전락해도 담담하던 ‘보살팬’들이 공 하나 하나에 전율을 느낀다.

2015 프로야구 초반 꼴찌권으로 분류됐던 한화와 롯데의 속칭 ‘마약야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6일 현재 롯데는 13승10패로 3위, 한화는 12승10패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아직 100경기 이상 남은 상황에서 지금의 순위가 아무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이들 팀의 팬들은 ‘화끈한 4월’을 만끽하고 있다.

특히 만년 꼴찌팀 한화의 성적은 돌풍을 넘어 태풍에 가깝다. 


지난해 이용규 정근우 등 특급 FA 선수들을 영입하고도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는 올해 더 큰 투자를 했다.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고, FA선수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데려왔다. 국내무대에서 뛰었던 유먼과 탈보트 등 ‘내리막에 접어든’ 선수일지는 몰라도 검증된 외국인 투수도 데려왔다. 팬들이 ‘제발 김 감독을 영입해달라’고 하소연한 것이 구단을 움직였다는 말처럼, 한화팬들은 만년꼴찌 한화가 김 감독의 조련으로 탈바꿈하기를 간절히 고대했고, 기적처럼 그렇게 됐다.

한화는 롯데, LG 등 만만찮은 팀들과 피말리는 승부를 펼치며 팬들을 흥분시켰고, 지난 주말에는 우승후보 중 하나로 평가되는 SK를 상대로 스윕이라는 믿기 힘든 결과를 연출해냈다. 1점차 승부에 끝내기 승부까지 연일 명승부를 펼치고 있는 2015년 한화를 보며 보살팬들은 ‘마약야구’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 감독 특유의 승부수, 선발과 불펜 구분없는 한국시리즈 스타일 경기 운영은 상대를 옭죄면서 귀중한 승리를 한화에 안겨주고 있다. 물론 장기레이스에서는 위험부담이 크지만, 김 감독은 “4월 승부에서 밀리면 끝장이다”라며 초반 승수 쌓기에 모든 걸 쏟아부었고 이것이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에이스로 떠오른 이태양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고, 외국인 타자 모건이 2군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균 최진행 이용규 김경언 등의 타선과 필승조 권혁 박정진, 선발로 전환한 뒤 펄펄나는 안영명 등은 김성근 감독과 한화팬들을 춤추게 하고 있다. 벌써 3차례 만원을 기록했고, 방송사들도 ‘미치게 만드는’ 한화 중계가 시청률 대박으로 이어지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하위권’으로 일찌감치 분류됐던 롯데의 초반 상승세도 한화못지 않다.

롯데는 10점차의 리드도 불안에 떨게하는 ‘활화산 불펜’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떠올랐다. 선발진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펜까지 붕괴되며 추락은 시간문제라고 체념하던 롯데팬들을 일으켜세운건 불방망이였다.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과 양승호 감독 시절 이대호와 가르시아 강민호를 앞세운 화끈한 장타력으로 5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떠난 뒤 소총부대로 변했고, 투타의 불균형이 이어지면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여기에 CCTV 파문까지 이어지며 팬들이 등을 돌렸다. 


하지만 FA로 팀에 가세한 최준석이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데다 황재균 강민호 장성우 아두치 정훈까지 연일 홈런을 터뜨리며 팀홈런이 35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 1위, 장타율 2위의 맹타를 휘두르는 롯데의 서슬 앞에 최강 삼성이 자랑하던 1~3펀치 장원삼, 피가로, 윤성환이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직전 KIA전에서 상상도 하기 힘든 불펜 불쇼로 멘붕에 빠졌던 롯데팬들은 삼성전 스윕을 보며 미워할 수 없는 롯데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물론 롯데의 불펜은 여전히 지뢰밭이다. 하지만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 이상화, 심수창 등의 선발진이 연일 호투하며 긴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불펜이 한숨 돌리고 있어 팀이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여기에 부상이탈했던 박종윤과 2군에 머무는 강영식 정대현이 가세한다면 충분히 5강다툼을 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하위권의 돌풍이 심심할 것으로 보였던 초반 프로야구 판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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