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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콘 ‘민상토론’이 보여주는 ‘풍자의 법칙’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KBS 2TV ‘개그콘서트’(연출 조준희)가 봄 개편을 통해 두드러진 점은 단연 풍자개그다. 전반적으로는 풍자, 콩트, 패러디 등 코미디 장르를 다양화하며 공감과 소통의 장을 넓혀가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방송 3회 만에 최고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민상토론’이 있다.

개그맨 유민상, 김대성이 패널로 등장하며 박영진이 사회로 나선 ‘민상토론’은 9분 내외의 짧은 시간동안 정치,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쉴 틈 없이 언급한다. 경상남도 무상급식 논란, 이명박 전 대통령 2800억 기업특혜 의혹, 자원외교, 4대강 사업, 홍준표 도지사 골프 논란에 이어, 지난주에는 집권 3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를 주제로 청년실업, 담배 값 인상, 경제 정책 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민상토론’은 구구절절 정치, 사회에 대한 이슈를 꺼내놓지만 정작 풍자의 대상은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세태다. 각종 논쟁들을 겨냥한 돌직구 풍자가 아니라 ‘풍자인 듯, 풍자 아닌, 풍자 같은’ 변화구 식 풍자개그인 것. ‘훅’ 들어오는 질문세례를 퍼붓는 박영진과 생각은 있지만 후환을 걱정하며 ‘말하지 못하는’ 유민상의 배터리 호흡 역시 눈에 띈다.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다양한 변화구 스타일 개그에 시청자들은 공감의 폭탄 웃음을 터뜨렸고, 누군가에게는 개운치 않은 끝 맛을 남길 수 도 있는 풍자개그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풍자의 묘미인 통쾌함은 장외홈런 급이라는 사실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스몰 야구 식 깨알 재미도 눈에 띈다. 전, 현직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객석에 선글라스를 쓰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양복 입은 사내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고 지난 주 오프닝과 함께 갑자기 등장했던 비타민 음료는 스퀴즈 번트처럼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장면이었다.

‘민상토론’이 단순히 풍자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오프닝에 변화를 시도하며 잔재미를 챙기는 동시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히 함으로써 웃음을 증폭시킬 수 있는 시간까지 챙겼다. 때론 정공법보다도 변칙 전술운용이 더 큰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매주 박영진은 “개그맨 유민상씨의 의견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더그아웃의 조준희 감독(PD)은 ‘민상토론’의 중심에서 승부수를 띄워, ‘개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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