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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할배’ 노장 이순재의 타인에 대한 배려정신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요즘 스타들의 작품과 관련된 인터뷰는 대략 1시간 정도다. 스타들이 바쁘다 보니 소속사에서 허용해주는 시간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시간으로는 깊이 있는 인터뷰가 불가능하다.

몇년전 이순재 씨를 강남 영동호텔 커피숍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길어야 1~2시간 예정하고 그 자리에 갔다. 준비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간단하게 하지 않고,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말해줘 모처럼 알찬 인터뷰가 되었다. 덕분에 오랫동안 그 인터뷰 노트를 활용할 수 있었다.

이순재 씨는 인터뷰에서 나온 화제에 대한 열정으로 넘쳤다. 자신의 직업인 연기에 대한 철학과 배우의 길을 얘기할 때는 너무 진지했다. 자신의 경험담과 책을 통해 익힌 지식을 버무려 이야기 하기 때문에 인터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식사 시간을 훌쩍 넘기는 바람에 기자는 사실 배가 고팠지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인터뷰는 거의 4시간이나 지속됐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도 종반에는 힘들었는데, 이순재 씨는 4시간 동안 계속 말을 하는데도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이순재 씨의 인터뷰에는 물론 ‘꼰대’ 같은 지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원칙과 도리를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실천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주지는 않는다.


24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서 최지우가 “왜 모든 후배, 선배들이 이순재 선생님을 존경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알았다”면서 “큰 형님으로서의 무게감이 확실히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 같다.

이순재는 ‘꽃할배’에서 큰형님 대접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승용차를 탈 때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자리를 타인에게 양보한다. 이날 코린토스로 가기 위해 작은 택시에서 뒷자석의 좁은 가운데 자리에 앉아 손을 둘 곳이 없어, 팔을 양옆으로 펼치다가 마지막에 신구가 타면서 문을 닫는 순간 이순재의 손이 택시 문에 끼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순재는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수십번이나 “괜찮아”를 연발했다. 사실 고통이 심했을 것이다.

80대 고령인 이순재는 여행중에도 늦게 일어나 남들을 기다리게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체생활의 룰에 대해서는 철투철미했다. 큰 배려뿐만 아니라 작은 배려도 몸에 배어있다. 운하와 유적지가 있는 코린토스를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가이드로 나선 최지우가 약간 헤매는 모습을 보이자 버스터미널 티켓박스 등 최지우 뒤를 따라다니며 묵묵히 챙겨주었다. 이순재 씨가 보여주는 배려심은 어른들과 젊은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어줄 수 있는 훌륭한 덕목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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