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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猫약] 집안 곳곳 토ㆍ토...사랑이가 위험하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치즈태비 사랑이는 ‘빈대떡 아가씨’입니다. 구토를 자주 한다는 이야기죠. 아침이나 귀가 후 사랑이의 구토물을 보는 것은 더이상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자주 토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타워나 테이블에 올라간 상태에서도 토합니다. 공중에서 살포(?)되는 토사물은 퍼지는 범위가 어마어마합니다. 라면 냄비를 엎은 것과 같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요?

잦은 구토는 둘째 소망이에게 일종의 학습효과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소망이의 경우엔 구토 시늉만 할 뿐 실제 뱉어낸 적은 손으로 꼽힐 정도로 적습니다. 고양이마다 구토 방식이 달라 억지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랑이가 집에 오기 전에 기르던 긴 털의 터키쉬 앙고라 ‘옥돌이’는 토하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말이죠. 사랑이를 ‘빈대떡 머신’으로 부르는 것이 무리는 아닙니다.
 
사랑이는 ‘빈대떡 아가씨’입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구토를 합니다.

사랑이는 왜 이렇게 자주 토할까요? 일단 습성을 살펴보면 간단하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인은 바로 ‘털’입니다. 암컷다운 깔끔한 성격으로 사랑이는 끊임없이 털 관리(그루밍)를 합니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엔 항상 샤워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다양한 요가 자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핥고 씹고, 꽤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털이 단정하고 날림이 적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그 털이 사랑이의 입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잦은 구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사랑이의 구토가 이른바 ‘헤어볼’이라고 부르는 털 뭉치를 토해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결론이죠.

온종일 계속되는 털관리, 입으로 들어가는 털들이 헤어볼을 형성해 자주 토하게 만듭니다. 그 털 좀 줄여보려 목욕을 시키면 더 열정적인 털관리가 시작됩니다. 괜히 시켰나….

사랑이의 건강을 의심해본 적도 있습니다. 구토물에 헤어볼이 없거나 체중이 급격하게 빠진다면 고양이의 건강이 안 좋다는 신호기 때문이죠. 해외 의학사이트 WebMD에 따르면 대장염, 위염, 췌장염 등 소화기관이 좋지 않거나 간 기능 장애, 기생충, 신경성 질환을 가진 고양이들이 구토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 사료와 관련된 알레르기나, 심장사상충의 감염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하므로 진단은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구토물에 피가 섞여 있거나 식욕 감퇴, 설사, 탈수가 동반된다면 수의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당연히 간식은 금지. 좋아하는 참외도 이제 사랑이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물론 사랑이의 경우엔 좀 다릅니다. 과체중이었던 어릴 적 지방간 판정을 받았지만, 다이어트 사료와 소망이의 입양으로 인해 살이 빠져 비교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심이 가는 부분은 성격과 지능입니다. 지나치게 민감하고 머리가 좋은 탓에 자주 구토를 한다고 여기는 것이죠. 소망이와 찾아간 동물병원의 수의사 역시 “지나친 구토를 무조건 건강의 이상 신호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헤어볼로 인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니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구토가 심리적으로 불편하거나 반려인에게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소통법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미죠. 다만 구토로 인한 영양실종이 우려되기 때문에 영양제 처방을 받았습니다.
 
이 와중에 소망이는 살이 오르고 있습니다. 올 추석엔 잡아야겠어요.

결국 ‘돼냥이’ 소망이와는 달리, 사랑이의 군것질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수박, 참외, 딸기 등 사랑이가 좋아하는 단 음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친 섭취가 배를 차게 하거나 소화계통에 자극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예방책인 셈이죠. 반면 간식거리를 주는 족족 해치워버리는 소망이의 살은 날이 갈수록 토실토실 늘어갑니다. 또 사랑이의 질투도 커집니다. 하지만 동등하게 대우를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반려인의 걱정을 사랑이가 알까요? 이제 나이가 들어, 함께 있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말이죠.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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