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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文, 정치개혁 화두로 또 정면대결
한달 전 3자회동 成사태로 물거품…대선자금·사면 의혹 놓고 수싸움
攻守 구분 어려운 혼돈상황 예고…노무현정부 이후 12년 악연 이어가


또 맞붙었다. 정치사(史)적 변곡점에서 혈투를 마다하지 않았던 1년 터울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어느 한 쪽엔 치명상이 될 사안을 놓고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 달여전, 두 거물의 청와대 여야 대표 3자 회동이 ‘소통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던 예상은 ‘성완종 리스트’ 돌출로 ‘과거지사’가 됐다.

공히 ‘정치개혁’이란 화두를 제시하고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노무현 정부 때의 사면(赦免) 적절성 등을 둘러싸고 둘은 보수ㆍ진보 각 진영의 선명성과 정통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12년 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불법 대선자금을 놓고 부침을 겪은 뒤 권력의 전면에 나선 바 있는 둘은 ‘성완종 블랙홀’로 예사롭지 않은 악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구 반대편에 선 채 신경전=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밤(한국시간) 칠레에서 “야당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입장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내놓았다.

같은 날 오전 문재인 대표가 ‘성완종 파문’으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특검으로 풀고, ‘친박(親朴ㆍ친 박근혜계)’이 중심인 의혹 당사자들은 자진사퇴하라는 주장을 한 데 대해 정면 비판한 것이다.

둘의 이런 신경전은 ‘정치개혁’의 범위를 서로 다르게 설정해 놓은 데서 비롯된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불법대선자금을 발판으로 세워졌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그가 기존의 ‘선(先) 검찰 수사’라는 ‘스탠스’를 버리고, 특검 도입으로 선회한 이유다.

문 대표는 ‘성완종 파문’을 ‘불법정치자금 사건’, ‘친박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현 정권의 정통성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 측은 비리기업인이 과거 정권부터 여야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구명로비를 펼친 게 파문의 근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구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정치개혁’, ‘사회개혁’이라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이유이며, 여기엔 야권 정치인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확신’도 자리잡고 있는 걸로 분석된다.

여당이 줄기차게 성 전 회장에 대한 노무현 정부 때의 이례적인 두 차례 사면을 문제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표는 성 전 회장의 사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ㆍ비서실장을 역임해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지만, 이명박 정권의 핵심 인사가 관여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지난 3월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화기애애한 초반 분위기 이후엔 경제정책을 놓고 자존심 싸움도 벌였다. 2년 여전, 18대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로 나뉘었던 둘의 전선(戰線)은 이제 정치적 운명으로 확장하는 분위기다.

▶12년만의 공수(攻守) 전환? 역사의 아이러니는 진행형=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현재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에 관해선 12년 전에도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하는 처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7월, 불법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이 도화선이었다. 여야 모두 16대 대선자금 내역을 밝히자고 제안을 한 것. 당시 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었다.

검찰 수사 결과, 한나라당은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받은 걸로 드러나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썼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인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당사를 팔고 ‘천막행’을 택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ㆍ문재인 대표발(發) ‘정치개혁’은 현재로선 공수(攻守)를 특정할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둘 다 특검 도입 가능성을 높게 잡고 있는 걸로 분석되지만, 문 대표의 특검은 대통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이 순방에서 귀국하는 오는 27일 이후, 그의 입을 통해 어느 쪽에 더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지 점쳐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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