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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det委(비데위, 鳥頭(조두)…박용성 회장 막말 메일보니…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박용성(74) 두산중공업 회장이 중앙대 재단 이사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게 됐다. 직접적 원인은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빚어진 막말 파문 때문이었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이용구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명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며 “그들(비대위 교수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담았다.

[헤럴드경제DB]
다른 이메일에서도 김누리 독문과 교수 등이 주도하는 중앙대 비대위를 ‘Bidet委(비데위)’나 ‘鳥頭(조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의 사퇴가 당장 중앙대와 두산그룹 간의 결별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관계자는 “박 이사장이 재단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것일 뿐 두산그룹이 중앙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다는 발표 한 달 만인 2008년 6월10일 중앙대 제9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뒤 8년 동안 학교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식 문화를 이식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는 취임 직후 ‘총장 직선제 폐지’와 ‘교수 성과급 연봉제’를 추진했다. 중앙대는 2013년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등 4개 학과를 폐지했다.

지난 2월에는 ‘학과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해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박 이사장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비상대책위원회교수들의 ‘목을 쳐주겠다’는 막말이 담긴 메일을 보직교수들에게 보냈고, 이런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면서 결국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박 이사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막말 파문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앙대 총장으로 재직했던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인데다 박 이사장의 관련성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이사장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요소였다는 것이다.

중앙대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사임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강석 교수협의회장은 “박 이사장의 사퇴가 무조건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박 이사장 취임 이후 학교 재정건전성이 악화했는데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무책임하게 그만둔 것은 소위 ‘먹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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