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름 바꾸는 사람 年 16만명…팔자도 고쳐질까?
[헤럴드경제=박혜림ㆍ양영경 기자] #. 여대생 김유미(27ㆍ가명) 씨는 얼마 전 개명을 위해 작명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김 씨의 원래 이름은 ‘○○진’이지만, ‘진’ 자에 쓰이는 한자가 자칫 과부 팔자를 만들 수 있다는 작명가의 말에 개명을 결심하고 찾은 작명소였다. 그러나 작명소에 가면 한자풀이도 해주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줄 것이란 생각과 달리, 작명가는 돌연 그 자리에서 ‘참결’, ‘성덕’, ‘복수’ 등 한자의 뜻이 좋은 이름들을 주르륵 내놨다.

더욱 황당한 일은 며칠 뒤에 벌어졌다. 김 씨의 지인도 이름을 바꾸기 위해 김 씨가 찾은 작명소를 갔는데, 김 씨와 똑같은 이름을 추천받은 것이었다. 김 씨는 “작명을 할 땐 사주팔자 등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며 “작명가들이 이름은 다 지어놓고 리스트에서 이름을 빼주는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2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작명소에 손님이 들어서고 있다. ‘이름’이 운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작명소를 찾는 이들이 적잖지만, 일부 작명소와 철학관에서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작명을 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명섭기자/msiron@heraldcorp.com

자신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이자,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여겨지는 이름. 팔자를 고쳐보고 싶은 마음에, 또는 놀림을 당하기 싫어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이 적잖다.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명 신청 건수는 15만7990건에 달했다. 2013년에도 16만2867명이 이름을 바꾸는 등 연간 개명 건수는 15만~16만 건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해 개명 사례를 보면 남성의 경우 ‘민준’, ‘도현’, ‘정우’, 여성은 주로 ‘서연’, ‘지원’, ‘수연’으로 바꾼 사람이 많았다.

개명을 결심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왕 바꾸는 것 제대로 바꾸자’는 마음에 작명소를 찾는다.

사주풀이나 성명풀이를 했더니 이름이 사주에 좋지 않았단 이유로 작명소에 가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자신에게 ‘꼭 맞는 이름’을 찾기 위해 작명가, 역술가 등에게 많게는 수십만원을 지불한다.

직장인 이모(27ㆍ여) 씨도 2년 전 자신의 이름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철학관 원장의 말에 이름을 바꿨다.

이 씨는 “철학관에서 하는 얘기를 흘려듣기가 찝찝해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심정으로 개명했다”고 말했다.

피해도 적잖다.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작명소 때문이다. 안산에 사는 이모(31ㆍ여) 씨는 “기껏 10만원이나 주고 이름을 지었는덴 유명 온라인 포털 사이트 지식iN에 똑같은 이름들이 주르륵 올라와 있었다”면서 “더 웃긴 건 방문자마다 이름을 지어주는 개수도 받는 돈도 다르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아 개명 신청을 했다가 B 철학관에서 이름이 좋지 않다고 해 다시 개명을 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

상황이 이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피해를 피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사주풀이가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경우가 많은 탓이다.

역술가나 작명가에 대한 신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실제 한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작명 관련 피해 상담 건수도 매년 20여건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18건이던 상담 건수는 2013년 22건, 2014년 22건으로 집계 됐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유명 철학관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은 “반드시 맞다곤 할 수 없지만 경력이나 방송 출연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도 작명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면서 “‘이름’이라는 게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만큼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