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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리 잔혹사·총리 포비아
李총리 사태로 본 현정부 총리
총리지명자 5명중 3명은
청문회 문턱도 못넘고 낙마
식물총리…도로총리…희화화
아무도 안 맡으려는 분위기
행정 수장 장기공백 우려



또 국무총리에 변고가 생겼다. 한두번이 아니다. 이건 잔혹사다. ‘총리 포비아(Phobiaㆍ공포증)’가 생길 판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5명의 총리를 지명, 이 가운데 3명이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자진사퇴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뒤 낙마한 총리 후보자 6명 중 절반이 이번 정부 인사다.

총리에 올라도 ‘식물 총리’, ‘시한부 총리’, ‘도로 총리’ 등 무력함을 내포한 수식어를 달고 사그라져 갔다.총리에 관한 한 부정적인 측면에서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기록은 현 정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경신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이완구 총리는 지난 20일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 ‘총리 잔혹사’의 기록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귀국(27일)후 사의를 수용할 걸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후임 총리 하마평이 나돈다. 문제는 앞으로가 캄캄하다는 점이다. 그간 총리 용인술(用人術)로 봤을 때 후임 총리 후보를 꼽기도 힘든 상황이다. 국정공백의 장기화에대한 우려가 나온다.국민의 피로는 깊어만 간다. ▶관련기사 3ㆍ4면

박근혜 대통령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대선 공약이던 ‘책임총리’ 구현은 커녕 줄줄이 낙마하는 총리 후보들에 맞닥뜨려야 했다. 현 정부 초대 총리로 2013년 1월 지명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부터 삐걱댔다. 전관예우 논란, 아들 병역문제 등으로 지명 닷새만에 자진사퇴했다.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는 뒤이을 ‘총리 잔혹사’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사실상 초대 총리가 된 정홍원 전 총리는 ‘도로 정홍원’으로 더 많이 기억된다. 아들 병역문제와 위장전입 전력으로 낙마 위기를 넘겼지만, 4ㆍ16 세월호 참사로 무능 대처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참사 11일만인 지난해 4월 27일 사의를 밝혔지만, 박 대통령은 참사 수습 후 사표 수리를 하겠다며 ‘시한부 총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짐을 싸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안대희 전 대법관ㆍ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각각 전관예우ㆍ역사인식 등의 문제로 총리 후보자에서 자진사퇴해서다. 박 대통령은 인물난 속에 작년 6월 26일 정 전 총리 유임을 발표했다. 사의를 피력한 총리를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해 재기용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전 총리와 ‘롱런’하지도 않았다. 올초 신년기자 회견이 ‘불통’의 상징이 돼 지지율 급락이라는 코너에 몰린 박 대통령은 ‘반전카드’로 지난 1월 23일 이완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정치권 및 국민과의 폭넓은 소통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각종 의혹에 거짓말 논란을 자초해 신뢰를 갉아먹었다. 일성(一聲)으로 “대통령에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한 게 무색했다.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 수수 의혹이 불거져 ‘자진사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완구 총리는 사의 표명 시점까지로만 따지만 재임 기간이 63일로 역대 최단명 총리로 기록될 판이다.

21일(한국시간) 현재 페루에 머물고 있는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의를 전달받고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사실상 사의를 수용한 걸로 읽히며,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는 헌정사상 최초의 일은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걸로도 읽힌다.

박 대통령은 “이 일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고 국론분열과 경제살리기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내각과 비서실은 철저히 업무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 주기 바라고 지금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국회에서도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 ‘성완종 파문’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잇딴 총리 인사 실패 등으로 ‘영(令)의 위기’를 겪고 있는 박 대통령이 각종 개혁의 추동력을 확보하기는 녹록치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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