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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들 냉소·악평까지 모두 수용…진정한 혁신으로 완성한 ‘코드제로’
갤럭시 S6, 시장에서 배우다 1. 프랑크푸르트 선언 그 후
“처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 이제는 모두가 다 아는 말이지만, 1993년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 말을 처음 꺼냈을 때, 세상은 놀라고 또 의구심을 보냈다. 세탁기와 냉장고를 만들던 세계 2류 전자회사의 거침없는 혁신의 서막이였지만, 당시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갸우뚱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20여년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갤럭시S6를 통해 또 다른 혁신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자의 급부상, 또 아래로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정신없이 지난 한 해를 보낸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올해 갤럭시S6를 시작으로 다시 화려하게 비상의 날개를 폈다.

그 출발점에는 고객의 냉정한 평가, 또 이를 적극적으로 흡수한 삼성전자의 ‘코드 제로’가 있었다. 코드 제로는 갤럭시S6의 개발 프로젝트 명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총력을 기울인다’는 개발진의 의지를 담고 표현 그대로, 갤럭시S6는 디자인부터 성능에 이르기까지 혁신 그 자체다.

갤럭시S6 출시 직전까지 시장의 반응은 관련 사업부의 움츠려드는 영업이익 만큼이나 차가웠다. “삼성은 역시 아이폰을 이길 수 없다”는 비판이 넘쳐났고, “이제는 중국 샤오미하고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비웃음까지 받아야 했다. 심지어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디스플레이나 AP 등 부품을 팔아야 한다”는 입맛 쓴 조언도 들었다.

코드 제로는 이런 시장의 냉소, 그리고 차가워진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것에서 출발했다. 통상 신제품 개발 시 항상 하는 것이 시장조사지만, 갤럭시S6 출시를 위해서 삼성전자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방대하고 다양한 소비자 성향 테스트를 진행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이번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처음부터 목표한 한가지는 진정성 있는 혁신이었다”며 “소비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을 편리하고 유익하게 만드는 일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믿었다”는 말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이 바로 디자인과 카메라다. 조금 더 빨라지고 커진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수십, 수백만원을 주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는 고객들은 이제 ‘카메라’와 ‘디자인’을 원했다.

갤럭시S6과 전작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부분도 여기에 있다. 충전 효율이 높아지고, 또 내장 메모리의 용량 증가와 클라우드의 활성화로 베터리 교체 및 외장 메모리 수요가 예전보다 줄어든 점을 간파, 과감하게 디자인에 무게 중심을 뒀다. 일체형 금속 유니바디 디자인, 후면 글라스 판낼이 가능했던 이유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갤럭시S6의 카메라가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하는 이유는 단순한 화질의 향상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용자가 원하는 사진을 손쉽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철학 아래 개발을 시작했다”며 “출시를 앞두고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센서,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모든 유관 부서가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려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0.7초의 구동속도, 저조도 화질 개선, 위상차 AF, 자동 HDR, 전면 카메라에도 들어간 OIS 등 혁신적인 스마트폰 카메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같은 갤럭시S6의 혁신은 출시 후 마케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과감하게 삼성전자 로고를 지웠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자랑스러운 브랜드이지만, ‘전자제품 갈라파고스’ 일본에서만큼은 낯선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그들의 쓴소리를 겸허하게 수용한 것이다. 마치 네이버가 일본에서는 대한민국 네이버가 아닌 일본의 라인으로 통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중국에서는 현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소리 ‘러’가 들어간 이름을 새로 사용하고, 중동에서는 현지 표기 방식에 맞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입력 방식을 새로 도입한 것도 같은 전략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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