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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리터리 Look] ‘탱크킬러’ A-10은 어쩌다 ‘골칫덩이’가 됐나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비행기 조종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다고 하면서도 실제 탑승 조종사조차 외형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추하다’(Ugly)고 단언하는 전투기가 있다.

중장갑 전투기로 선더볼트 II라는 별칭을 가진 미국 공군의 지상공격기 A-10 이야기다.



A-10은 적에게 발견되지 않고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스텔스기와 대조적으로 저공에서 적에게 노출을 감수한 채 지상군 지원과 탱크와 장갑차 등의 지상목표를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10에게 ‘멧돼지’(Warthog) 또는 ‘탱크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

최전선에서 가장 터프한 임무를 맡는다는 점에서 모든 조종사에게 선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그에 따라 투박한 조종석 티타늄 장갑판과 좌우로 쭉 뻗은 직선익, 동체 후방 위로 치솟은 쌍발 엔진 등 독특한 외형을 취하게 됐다.

특이한 형태로 프라모델로서는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미적으로는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30㎜ 7개 포신의 기관포를 비롯해 대전차용 매브릭 공대지미사일과 일부 공대공 미사일 등의 장착이 가능하며 최대속도 시속 672km에 최대항속거리 706㎞에 달한다.

1975년 전력화된 A-10은 B-52 폭격기와 함께 미 공군의 대표적인 장수기종으로 꼽히고 있다.

A-10은 40여년 동안 현역으로 복무하면서 수많은 전공을 올려왔지만 최근 퇴역 논란에 휩싸여있다.

미 국방부는 기체 노령화로 인한 비행시간 대비 긴 정비시간과 부품조달의 어려움 등 운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280여대의 A-10을 모두 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

미 공군은 이에 따라 지난 2월 A-10 10대를 현역에서 제외했으며 올해 중으로 18대의 A-10을 퇴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의 국방예산 삭감 방침과 F-35와 무인기 등 신형 항공기의 등장은 A-10 퇴역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

하지만 미 하원이 A-10의 연내 퇴역 추진을 멈추라는 결정을 내리는 등 미국 내에서는 A-10 퇴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A-10 퇴역을 반대하는 의원들은 A-10이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여전히 가장 뛰어난 근접지원기라며 다른 항공기로는 대체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미 공군전투사령부 부사령관인 제임스 포스트 소장은 A-10 퇴역에 대해 의원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반역’(treason)이나 마찬가지라고 공개석상에서 말했다가 직위해제되고 징계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이클 길모어 국방부 작전시험평가국장은 최근 미 하원 청문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해병대에 인도돼 실전배치될 F-35B 초기형이 야간전투능력과 미사일, 폭탄 탑재량, 목표식별능력, 체공능력 등에서 A-10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A-10을 직접 몰았던 마사 맥샐리 하원의원도 피격시 생존 능력 등에서 F-35가 A-10보다 못하다고 혹평했다.

미 공군이 F-35의 개발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A-10 퇴역을 밀어붙인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길모어 국장과 맥샐리 의원의 발언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내에서 촉발된 A-10 퇴역 논란은 한국으로도 불똥이 튀는 듯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미 국방부와 공군이 주한미군에 배치된 A-10 1개대대 20여대를 한국 공군에 임대하는 방안을 요청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탓이었다.

우리 군 당국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은 한국형전투기(KFX)와 차기전투기(FX) 사업 지연으로 전투기 적정보유대수 부족이 예상되고 미국은 A-10 처리를 둘러싸고 골치를 썩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A-10 퇴역을 둘러싼 논란의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A-10이 비록 노후화된 기종으로 적잖은 운용비를 잡아먹고는 있지만 걸프전쟁과 시리아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등을 통해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군 관계자는 “미 공군은 물론 육군 가운데서도 지난 40여년간 전선에서 위기에 몰렸을 때 A-10의 등장과 지원으로 구원받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며 “비용 문제가 있긴 하지만 미군에게 A-10은 단순한 항공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귀띔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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