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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읽어주는 기자] ‘명예 필요없다’는 박주영 국가대표 될 수 있나
-1997년 붉은악마 출범 당시 멤버였던 김수한 기자의 축구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지난 4월3일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4일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를 예정이던 박주영이 언론 인터뷰를 했는데 그 표현이 이랬다.

“서울의 팬 분들한테 기쁨을 주는 게 저의 목표고 저는 원래 명예 같은 거 없어도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 제가 즐겁고 행복하게 뛰다 보면 보시는 분들도 즐겁게 되지 않을까...” (관련 뉴스동영상:연합뉴스TV): https://youtu.be/JX451o82YWQ)

국가대표로 월드컵까지 출전한 박주영이 그런 말을 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놀라웠다. 나라를 대표하던 선수가 명예 따위는 필요 없다니.

이 말을 좋게 해석하면 ‘내 자신의 명예 회복보다는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 정도가 될 것이다. 아니 박주영은 차라리 그렇게 표현해야 했다. ‘나는 명예 따위 없어도 괜찮다’라는 식의 워딩은 그 자체로 상당한 폭발력을 갖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축구 국가대표 선수라는 자리는 명예 그 자체인 자리다. 물론 물질적인 보상도 뒤따르지만 소속팀에서 받는 천문학적인 연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프로축구팀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가대표 경기에 뛰더라도 그 선수의 연봉은 소속팀에서 줘야 한다.

FC서울로 복귀한 박주영 (FC서울 홈페이지)>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의 FC바르셀로나를 일약 세계적 명문팀으로 성장시킨 대표적 인사인 페란 소리아노 전 FC바르셀로나 구단 단장은 자신의 저서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2010, 도서출판 잠)’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각국의 축구연맹과 유럽축구연맹, 국제축구연맹은 축구산업의 조정집단이지만 그들도 각자의 팀과 경쟁 상대를 갖고 있다. 바로 국가대표팀들이다. ... 특히 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선수를 아무런 대가 없이 구단에서 빌려오기도 한다. ... 선수들을 빌려준 구단들은 콩 한 쪽도 얻지 못하면서도 장거리 여행으로 피로가 쌓이고, 이런저런 부상만 입은 선수들만 되돌려 받을 것이다. 그 선수들의 컨디션을 회복시키고 부상을 치료하는 것은 전적으로 구단의 몫인 것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 선수를 한 나라의 명예를 위해 국가대표팀 경기에 차출당할 때 얼마나 안타까운 심정이 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국가대표 선수에게 나라에서 지급하는 수당은 소집된 첫 날부터 매일 1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외 별도의 수당은 없지만 국가대표 A매치에서 뛸 경우 특별격려금으로 300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연봉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받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 이 정도의 수당은 용돈 수준이다.

여전히 유력한 국가대표 공격수 후보 이동국(전북현대 홈페이지)

물론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에게는 수당이 좀 더 지급된다. 작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조별예선 3경기 참가, 16강 탈락)에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준 수당은 104억원, 이 대회 우승국인 독일에게 준 수당은 384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중에서도 수당이 가장 많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정도 돼야 수준급 수당을 받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박주영은 K리그 복귀전을 앞두고 ‘명예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단순히 ‘명예 회복에 치중하기보다는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는 (명예 그 자체인, 더군다나 월드컵 대회까지 3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이 시점에서 더욱 명예 그 자체인) 국가대표팀 복귀에 별 관심이 없다’는 말로 해석될 여지 또한 없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최전방 공격수를 확정하는 일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전북 현대의 이동국, 울산 현대의 김신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동국과 김신욱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매번 국가대표팀 소집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대신 K리그 챌린지 소속 상주 상무의 공격수인 이정협 선수가 깜짝 발탁돼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불리며 활약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최종 공격수 찾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명예가 필요없다”는 박주영은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 국가대표팀 선수가 된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명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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