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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파남’ 장동민, 삼풍백화점 생존자까지…그의 개그에 웃을 수 있을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까도 까도 끝이 없네요.” 4월은 장동민에게도 잔인한 달이다. 한 번 구설에 오르자 장동민은 양파남의 수준으로 등극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모든 연예인들의 사례가 그렇듯 여성 비하 등 패륜적 발언에 발목을 잡힌 장동민 역시 과거 발언이 끝도 없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15일 온라인과 SNS 등지에는 장동민을 비롯한 유세윤 유상무가 함께 진행했던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이하 옹꾸라) 파일이 또 한 번 퍼져나갔다. 이번엔 삼풍백화점 생존자 드립이라는 제목으로다.

해당 파일에서 장동민은 ‘오줌 먹는 사람들’의 동호회가 있다면서 관련 이야기를 전하다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만에 구출된 이 여자도 다 오줌먹고 살았잖아”라고 말한다. 그러자 유세윤은 “그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지”라고 말하지만, 장동민은 “그 여자가 창시자야 창시자”라고 한다. 유상무는 “동호회 회장이야?”라며 받는다. 


이 발언은 그간 공개된 장동민의 폭력적인 욕설을 담은 패륜적 발언보다 수위가 낮아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발언에서 역시 장동민의 그릇된 사고방식이 여실히 녹아있다. 맥락 없이 튀어나오는 장동민의 반사회적인 발언들은 말 사이에 숨은 의미를 찾아가볼 수도 없을 정도로 불쾌한 수준이다. 유머 역시 사회적인 가치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웃음을 유발할 수 없다는 점이 또 한 번 묻어났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장동민의 발언들은 모두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팟캐스트’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TV나 라디오와는 달리 직접 찾아 소비하는 유저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은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장동민의 거친 언행들이 일정 부분 용인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라거나 “X 같은 X”, “참을 수 없는 건 처녀가 아닌 여자” 등의 비하를 넘어 혐오에 달하는 발언, 자신보다 약자인 사람들을 향한 반사회적인 인격모독성 발언들을 내뱉는다는 것은 어느 플랫폼일지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현재 온라인 등지에선 해당 발언들로 물의를 빚은 장동민을 향한 비난 여론과 더불어 그를 옹호하는 여론도 나온다. 대부분의 연예인 사건 사고들이 장시간 화두에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이야기다. ‘성완종 파문’, ‘세월호 1주기’ 등 관심을 가져야할 국가적 현안들이 넘쳐나는데, 연예인들의 가십성 논란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장동민의 비뚤어진 가치관이 내재된 발언들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사회적인 문제로 비친다. 정치권의 게이트와 세월호 참사와는 별개로 바라봐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선 다만 드러내지 않을 뿐 그보다 더 천박하고 그릇된 가치관의 사람들도 많다는 반응도 나온다. ‘코미디빅리그’를 이끌었던 김석현 CJ E&M tvN의 기획제작1국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의견을 담은 글을 올렸다. 김 국장은 “굳이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 녀석은 입이 거칠고 과장이 많다”며 “거기에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해주니 조금씩 나아가기도 한다. 실수도 많고 가끔 남에게 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녀석이 외면받지 않는 것은 허언 속에 진실함이 있고 허세 속에 작은 멋있음이 있다. 입으로 뱉는 철들지 않은 거친 말 속에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온갖 멋있는 말은 다하지만 알고 보면 더러운 욕망과 가식으로 가득 차 있는 이미지만 천사인 놈들이 많은데 적어도 그런 인간들보다는 동민이가 천배 낫다”며 “적어도 그런 인간들보다는 동민이가 천배 낫고 십년 넘게 그렇게 믿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지.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까”라고 적었다. 현재 김 국장의 이 글은 삭제된 상태이지만, 이미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장동민의 옹호글이 남긴 후폭풍이 있다. 이와 함께 SNS 상에는 김 국장이 과거 남긴 여성비하 댓글까지 공유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REAL*******은 이를 공유하며 “아까 어떤 분이 그러셨는데, ‘장동민 옹호하는 사람들은 딱히 장동민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옹호하는 것’, 이거 보니까 대번에 이해가네”라는 반응도 남겼다. 


7~8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장동민은 정점에서 굴러떨어졌다. 장동민은 이미 지난해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에도 머리 숙여 사과했으며, 이 일이 다시 회자된 현재에도 “나 때문에 상처받으셨을 많은 분께 사죄의 말씀 드린다”, “웃길 수만 있다면 어떤 말이든 괜찮다고 생각했던 내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에서는 자진하차를 결정했다. 물론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방송 중단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현재 모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으며, 곧 KBS2 ‘나를 돌아봐’와 JTBC ‘엄마가 보고 있다’의 방송도 앞두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JTBC ‘크라임씬2’의 고정 출연자로 얼굴을 비쳤다. 이번 사태가 없었다면 이날 방송에서 장동민이 박지윤을 향해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 말은 그저 과격한 독설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반인륜적이며 자기주도적인 그의 과거발언에 “장동민의 발언을 그냥 할 수도 있는 실수 정도로 여기는게 제일 끔찍하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든 사상이 너무 혐오스러워 소름이 돋는다”(@honey******)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같은 날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장동민 발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역시 “여자로서 수치스럽다”, “너무 기분 상하는 건 개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그는 웃겨줘야 하는 건데…”라는 의견을 전했다.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흔적이 남는다. 장동민을 향한 대중의 분노와 실망감은 그의 지난 말들에서 한 사람에게 뿌리깊이 내재된 가치관과 인격을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장동민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어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수없이 쏟아져 나왔던 그릇된 가치관의 총체를 목격하고서도 장동민의 개그에 웃고 공감할 수 있을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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