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다음주 정치인 줄줄이 소환…경남기업 임원‘입’에 달렸다
휴대전화 2대 복원 작업 대부분 마무리
비자금, 대선자금으로 사용 여부 규명
‘메모’ 등장인사 공소시효 법리 검토 가속
경남 임직원-성 전회장 측근 협조 관건



‘성완종 리스트’의 파장이 2012년 새누리당 대선자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특별수사팀이 13일 서울고등검찰청 12층에 수사팀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13일 새벽까지 성 전 회장에 대한 그 동안의 수사기록을 점검한 특별수사팀은 이날 오전 문무일 수사팀장(54ㆍ사법연수원 18기ㆍ대전지검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성 전 회장의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한 사실 규명 작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이날부터 성 전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추가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경향신문 측으로부터 성 전 회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 전체도 넘겨 받을 예정이다.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등장한 정치권 인사들에 적용할 수 있는 공소시효의 법리 검토 작업도 시작됐다. 수사팀은 다음주 중반에는 관련 정치인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하게 한 점 의혹없이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수사팀 앞에 과제는 산적해 있다. 성 전 회장이 사망해 메모와 휴대전화, 녹음파일만으로는 증거 능력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무엇보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협조가 없는 한 신속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의 녹음파일에서 추가로 새로운 사실이 나온다면 검찰 수사는 또 한 번의 메가톤급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다음주 정치인 소환 시작할 듯=검찰이 지난 주 대검찰청 포렌식 센터에 분석을 의뢰한 성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 필적 감정은 성 전 회장의 필적과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2대에 대한 복원 작업도 대부분 마무리됐다.

또 이날 경향신문 측으로부터 녹음파일 전체를 제공 받는 대로 내용 분석에 들어갈 예정인 검찰은 경남기업 임직원들 일부도 불러 경남기업이 조성한 200억원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가량을 현금화해 성 전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모에 등장하는 정치인들 소환에 앞서 계열사 등에서 마련한 비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사용된 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공소 시효에 대한 법리 검토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해당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인 가운데 금액이 적시된 6명에 대해 대선자금과 경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뇌물죄보다는 정치자금법이 유력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공소시효까지는 아직 3년이 넘게 남아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면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홍준표 경남지사 2명에 대해 기소가 가능하다. 성 전 회장은 2011년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자금으로 1억원을, 2012년 새누리당 조직 총괄본부장이었던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 자금으로 2억원을 줬다고 폭로했다. 측근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던 홍준표 경남지사는 13일 “검찰 수사 받을 일이 있다면 받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지사가 측근이 돈을 전달 받은 사실을 보고받은 게 확인이 된다면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은 법리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다음주 주말을 전후로 홍문종. 홍준표 두 의원을 먼저 불러 메모에 적힌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메모에서 각각 3억원과 2억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이름이 등장한 유정복 인천시장, 부산시장(서병수로 추정)도 2012년 총선과 대선 자금, 2014년 지방선거 자금으로 돈이 건네졌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특히 홍문종, 유정복, 서병수 세 사람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위원장, 직능총괄본부장, 당무조정본부장을 맡은 인물이어서 검찰 수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김기춘ㆍ허태열 전 실장의 경우 돈 받은 시점이 2006~2007년으로 나와 정치자금법상 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뇌물죄 위반으로 보면 수뢰 액수가 3000만원을 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돼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난다.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던 시기가 두 전 실장 모두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여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에 대한 법리 검토가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의혹에 대한 확인작업에 들어갈 것”이리고 말했다.

한편, 메모에 이름만 언급된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성 전 회장의 육성 파일에서 이들에게 돈을 전달한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 명목이 추가로 나온다면 새롭게 수사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현 정부 요직 실세를 정조준하는 것이어서 또 다른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경남기업 ‘입’에 달렸다=핵심 정치인들의 소환이 탄력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경남기업 임직원들과 성 전 회장 측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중요한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함에 따라 그의 폭로 내용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물증이나 금품 전달을 입증할 핵심적인 단서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경남기업 임직원들나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의 역할이 향후 검찰 수사 방향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낼 때 심부름꾼을 했다고 언급한 사람들이나 재무팀 관계자들, 전달과정에 관여했을 수 있는 운전기사나 수행비서 등이 참고인이나 증인으로서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인의 김경진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 수사의 속도와 성과는 경남기업 임직원들의 ‘입’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며 “이들은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경남기업에 대한 자원 외교 비리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수사에 어느 정도 협조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sr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