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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권대봉]가르침으로 즐거움을 얻으려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뜻을 왕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는 한가지라고 배웠지만, 뒤집어보면 책무의 무거움이 한가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맹자는 왕(王) 노릇하는 일에는 즐거움이 없지만, 가르치는 스승의 일에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왕이 수행해야할 국가원수로서의 책무를 무겁게 본 맹자다운 발상이다.

맹자는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 데,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고(君子有三樂 而王天下 不與存焉),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고 인간을 굽어보아 부끄럽지 않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仰不傀於天 俯不於人 二樂也),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고 진심장구(盡心章句) 상편에서 말했다.

첫 번째 즐거움의 조건인 부모구존(父母俱存)과 형제무고(兄弟無故)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즐거움에 대해 정자(程子)는 “사람이 능히 사리사욕(私利私慾)을 누르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을 굽어보아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앙불괴어천(仰不傀於天)과 부불작어인(俯不於人)은 가히 현인의 경지에 도달해야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천해 얻으려고 노력을 하는 즐거움임은 분명하다. 세 번째 즐거움은 교육자 의 즐거움이다.

교육이 직업이 아닌 사람들도 가르침을 통해 즐거움을 얻으려는 현장을 목격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지난 4일 경희대에서 개최한 ‘차세대리더 육성멘토링’ 발대식에서였다. 전직 및 현직의 학계, 재계, 관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인사들로 이뤄진 280여명의 나눔지기(멘토)와 2400여명의 대학생 배움지기(멘티)들이 모였다. 나눔지기들은 1년 동안 8명 내외의 배움지기들과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멘토링을 한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는 자들의 속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재능을 스스로 찾아 발전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가르치는 것이 세 가지 즐거움중의 하나라고 설파한 맹자의 교육방법을 찾아보니, ‘군자지소이교자 오(君子之所以敎者 五)’, 즉 군자가 가르치는 길이 다섯 가지라는 것이다.

첫째, 유여시우 화지자(有如時雨 化之者). 때에 알맞은 비처럼 변화시키도록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산천초목이 제때에 자라기 위해서 단비가 필요하듯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교육하라는 것이다.

둘째, 유성덕자(有成德者). 덕(德)을 이루도록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덕을 쌓는 가문에는 반드시 경사스런 일이 있다(積德之家 必有餘慶)”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덕(德)이란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인격적 능력이며 조화(調和)와 더불어 동양적인 교육이 추구하는 덕목중의 하나다.

셋째, 유달재자(有達財者). 재능을 발휘시키도록 도와주어 널리 사물에 통달한 인재가 되도록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저마다의 재능을 발휘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세상의 만인만물(萬人萬物)과 조화롭게 지내며 세상에 공헌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다.

넷째, 유답문자(有答問者). 물음에 답하면서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공자, 석가, 소크라테스, 예수와 같은 성인들이 활용했던 대화식 방법이다.

다섯째, 유사숙예자(有私淑艾者). 혼자서 착한 마음으로 자기를 잘 다스리도록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즉 사사로이 덕을 잘 닦을 수 있는 학습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방법이다.

가르침으로 즐거움을 얻으려면 맹자의 다섯 가지 가르치는 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서양교육이 중시하는 자유와 평등 뿐만 아니라, 동양교육이 중시하는 덕과 조화도 함께 가르쳐야 함을 알 수 있다. 교육자의 책무가 왕의 책무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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