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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주유소 휘발유값 뚝뚝... 벌써 ‘이란 효과’?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지난 2일 이란 핵협상이 마침내 잠정타결됐습니다. 그동안 이란에 채워졌던 경제제재라는 빗장이 풀리면서, 전문가들은 “유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수출에 제약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이 제재가 풀리면서 원유공급량이 증가해 유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국내 주유소들의 평균 휘발유 판매값도 연일 하락세입니다. 1일 ℓ당 1510.64원에 달하던 보통휘발유값은 3일 1509.80으로 하락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떨어져 9일 1507.46원까지 내려왔습니다. 기자의 지인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더니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이란 효과’가 나타날 때가 아니다”라고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이는 국내 휘발유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가격하락세, 정유사와 주유소의 통상적인 거래 패턴으로 인한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실제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가격은 3월2일 ℓ당 513.84원으로 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이어왔습니다. 소폭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이미 지난달부터 하락추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2월초부터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 주요 석유개발회사들의 투자 축소소식에 가파르게 올랐던 국제 휘발유가격이 진정세를 보인 것입니다. 이 싱가포르 국제 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가격은 일종의 ‘시장 기준가’ 역할을 하면서, 2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가격에도 반영됩니다. 최근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의 하락세는 바로 2주전 국제휘발유가격의 하락세가 이제야 반영된 셈이지요.

또한 통상 월말에 이뤄지는 정유사와 주유소 거래형태도 이런 하락세를 부추겼습니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로부터 한달에 1~3회 휘발유와 경유를 사들여오는데, 월말 거래횟수가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정유사들끼리도 경쟁이 붙어 이때 가장 싼 값에 휘발유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즉, 3월 말 낮은 가격에 정유사로부터 휘발유를 사들여온 주유소 사장님들이 차츰 이 가격하락분을 최종소비자판매가에 반영하면서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도 서서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란 핵협상 타결은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 지갑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대략 다음주부터는 국내 주유소에서 ‘이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러나 휘발유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분석입니다. 국제유가는 이란핵협상 타결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곧이어 미국 원유재고량 증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판매가 인상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국제 휘발유가격도 지난 5일 484.67원에서 6일 471.27원으로 크게 떨어지더니 그 이튿날인 7일에는 479.52원, 8일에는 489.38원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 핵협상 타결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은 실제로 이란 원유공급량이 늘어나는 내년 이후에나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럽 금융서비스그룹 소시에테제네랄도 “이란핵협상 타결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려면 2016년은 되어야 한다”고 했지요. 운전자들의 지갑에 흥이 붙으려면 아직 1년은 더 기다려야하는 셈입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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