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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배들이여,‘생각의 근육’을 키워라”
정용진 부회장, 高大 인문학 특강
대학생 1000여명과 진지한 대화
디지털 치매 극복 방법 등 역설



“여러분은 이 시대를 어떠한 시대라고 한마디로 정리하겠습니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9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1000여명의 대학생과 다시금 마주했다. 지난해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사업인 ‘지식향연’ 프로젝트의 첫 강연자로 나선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시작된 ‘2015 지식향연’에도 어김없이 강연자로 모습을 드러내며 스타트를 끊었다.

강연이 시작되기 30분전, 인촌기념관 1ㆍ2층 좌석은 강연장을 찾은 학생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강연이 예정된 오후 5시. ‘대학생들이 평소 만나고 싶은 CEO 1위’로 소개된 정 부회장은 넥타이없이 편하게 걸친 셔츠에 캐주얼한 수트, 구두 대신 컴포트화 차림으로 1000여명의 학생들 앞에 섰다.

대기업 CEO라는 ‘무거운’ 격식은 벗어던졌다. 등장과 함께 그가 던진 말은 이랬다. “지식향연이 ‘휴식’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9일 고려대에서‘ 2015 지식향연’ 첫 강연자로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 시대를‘ 스마트 시대’라 정의하며‘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한다고 제언했다. 정 부회장이 강연을 하
고 있는 모습과 청중들이 즐겁게 경청하고 있는 모습.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또 덧붙였다. “요즘 대학생들은 학점관리, 아르바이트, 취업준비에 너무 바쁜 것 같아요. 저는 지식향연이 정신없이 바쁜 우리 대학생들에게 일상을 멈추고 삶을 돌아보는 휴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 부회장은 평소 인문학 중흥과 깊이 있는 인재 발굴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사람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문, 예술, 패션을 통해 고객의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 채용을 진행했고, 채용제도를 개편한 결과 올해 인문계열 전공 신입사원이 전년도 30%에서 43%로 늘었다.

이날 강연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정 부회장이 2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식향연에서 또 한번 첫 강연자로 나섰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가 이 강연에 애정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삶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란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누군가와 교감하고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인문학 중흥을 위한 시도들이 청년의 지적인 성장과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값진 밑거름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올해 신세계그룹 인문학 중흥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에서 정 부회장은 ‘왜 청년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지’에 대한 설명에 주력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이 가장 두려운 시대, 과연 우리는 스마트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생각하는 능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강연장서 던진 질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금의 우리 시대를 ‘스마트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포함한)기술혁신이 인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을 쉽고 빨리 처리하고 생활이 편리해지고 있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고 했다.

데카르트의 ‘나는 사고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예로 든 것은 스마트 시대가 현 시대 인류의 사고를 퇴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기 물음과 직결돼 보였다.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이 머리 속에 저장했어야할 정보를 대신해준다”며 “생각하는 힘은 기억이라 부르는 정보의 집합에서 나오고 기억이 퇴화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힘도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스마트 기기를 가장 많이 쓰는 청년층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억력,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디지털 치매’에 가장 취약한 시대가 아닐까요?”

정 부회장은 특히 ‘정신적인 근육’을 강조해 호응을 얻었다. 사고력, 판단력을 갖고 제대로 스마트시대의 축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정 부회장은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글을 읽을 것’, ‘글을 쓸 것’, ‘일상에서 토론하는 연습을 할 것’ 등을 제안했다. 글을 읽음으로써 통찰력을 얻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확장하고, 토론을 통해 사고를 정교화하라는 것이 요지다.

2015년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사업은 이날 정 부회장의 강연을 시작으로 또 한번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올해는 강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문학을 더욱 깊이 있게, 더욱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콘텐츠도 늘렸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세계적 문화유산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국민과 공유하며, 청년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캠프와 세계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그랜드 투어도 준비했다.

이날 정 부회장의 강연은 한 시간여동안 진행됐다. 마무리에 다다르자 정 부회장은 대학생들을 향해 거듭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청년들의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기획된 지식향연은 전국 10개의 대학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지혜를 나누며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청년들이 사회 리더로 성장하도록 응원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여러분, 제가 진짜 응원할게요.”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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