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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 빈자리 한곳당 혈세 15억…‘책임 묻는 法’팔짱낀 국회
원인 제공자 비용 부담하는 법 4년째 표류
차점자 승계제도 도입에도 차가운 반응
日은 공석 놔두고 獨은 후순위자 이어받아



지난해 7ㆍ30 재보선까지 19대 국회 들어 광역단체장 출마,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만든 빈자리는 20석이었다. 20석을 새 얼굴로 교체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308억원 이상으로, 한 자리 채우는 데 국민 혈세 15억원 이상 투입됐다.

그런데도 빈자리를 만든 전직 국회의원이나 소속 정당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매년 4월, 10월 두 차례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재보선 제도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만 생기면 선거는 반복되고 세금은 또 투입된다.

이처럼 재보선이 해마다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따르면서 현행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책 마련을 위해 법 개정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 권한을 쥐고 있는 현역 의원들은 외면한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과 지난해 상반기 치러진 재보선에 사용된 집행액은 약 24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들어간 선거보전비용 61억원을 더하면 19대 국회 역대 재보선 총 비용은 약 308억원에 이른다.

4개 선거구에서 실시되는 4월 재보선 집행액은 약 50억원으로 추정된다. 후보들이 쓴 선거비용까지 보전해주면 총 비용은 훌쩍 늘고 1석이 잡아먹는 평균 비용도 덩달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재보선을 치를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에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2012년 당선인의 책임으로 재보선 사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제공한 해당 당선인이 선거관리경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법안심사를 받지 못하며 4년째 표류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담당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이 법안을 탐탁치 않아 한다. 정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재보선도 엄연히 선거 제도다. 개인 의원에게 비용을 물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사자가 돈을 못내겠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강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선 방안으로 총선에서 2등한 후보자가 빈자리를 이어받는 차점자 승계제도도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에서 2등한 후보자가 계승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양당제 현실에서 상대 당 의석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지도부가 처음부터 신중하게 공천을 하게 되고 후보자도 무리한 선거운동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정치권 반응은 차갑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1등한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선거 원칙이다. 차점자 승계는 국민 뜻에 반하는 것”이라며 “재보선 개선은 정개특위의 주요 의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정당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재보선 사유를 발생시킨 의원의 소속 정당에서 해당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을 꼽고 있지만 말뿐이고 실천되지 않고 있다. 앞서 여야는 경쟁적으로 혁신안을 내놓으며 이 같은 방법을 제시했지만 직전 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모두 후보를 배출했다.

선진국의 경우 선거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본은 참의원 지역구의 경우 선거를 치르지 않고 공석을 그대로 둔다. 독일은 정당명부 상 후순위자가 해당 의석을 승계하고, 프랑스는 당사자가 지명한 대리후보를 통해 결원을 해결한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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