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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스톡-朴’s talk]朴대통령 “모르는 새 내가 게임에 등장할지 겁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입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각 분야에 대한 상황 인식을 담고 있어서입니다. 이런 인식은 대한민국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변화할지와 연결됩니다. 일주일 단위로 한 주간 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 가운데 몇 토막들을 정리합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접한 말을 취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묻힌 어록도 담습니다. 현장을 자주 찾는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은 물론 임기응변 능력도 엿볼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3월말~4월 첫째주에 경기 판교~광주ㆍ나주시 등을 훓었습니다. 판교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차, 광주는 호남고속철도 개통식 참석을 위해서였습니다. 광주로 내려간 김에 나주혁신도시 현장도 들렀죠.
청와대에서 국정도 챙겼습니다. 국무회의(3월 31일)를 주재하고, 같은 날 점심식사는 특별보좌관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했습니다. 지난 2일엔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 하원 대표단도 접견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내가) 게임에 등장할지 겁나네요”= 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후 게임개발 지원존을 참관할 때 업체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요청한 데 따른 첫 반응입니다. 맥락은 이렇습니다. 이 업체는 영화와 게임을 결합한 콘텐츠를 만드는 곳으로, 쉽게 말하면 드라마에 게임을 입히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한류 스타 연예인들을 게임에 등장시킨다는 얘기죠. 이런 회사가 박 대통령의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게임에 자신이 등장할지 두렵다고 박 대통령은 ‘농담’을 한 겁니다.
그는 “이것도 나중에 (게임에) 쓰려구요?”라고도 했습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죠. 촬영 직전엔 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이왕 쓸거면 좋은 걸로 써줘요”라는 걸걸한 목소리가 박 대통령 뒷편에서 들려왔습니다. 좌중엔 또 한바탕 폭소가 터졌습니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습니다.


▶“우리 후손들 누굽니까, 우리 아들ㆍ딸 아닙니까”= 국무회의(3월 31일ㆍ사진)에서 한 박 대통령의 호소입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국가재정의 건전화와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됩니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 직전엔 “(연금 개혁이) 올해만도 하루가 늦어질수록 매일 80억원씩, 오늘도 80억원의 보존액이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내년엔 매일 100억원씩, 연간 3조7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죠.
이런 감정적 호소와 객관적 수치를 박 대통령이 거론해서일까요. 국회는 최근 다음달 2일까지 결론을 내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결과가 주목됩니다.

▶“‘물쓰듯 한다’ 말 아주 우리 머릿속에서 지워야”= 이 어록도 국무회의에서 나왔습니다. 오는 12일부터 대구ㆍ경주에서 제7차 세계 물포럼이 개최된다는 걸 언급하면서입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유엔이 선정한 물 부족 국가 중에 하나”라며 “우리 속담에 ‘물쓰듯 한다’고 그러는데, 절대로 이 속담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이 물부족 국가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걸 크게 강조한 것이죠.

▶“강대국에 끼었다고 ‘아이쿠 큰일났네’ 그럴 필요없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로 특보들을 불러 오찬 도중 한 말로 전해집니다. 비공개 행사였기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오찬 참석자들을 통해 전해진 말입니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언론 등에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치자, 박 대통령이 이런 식으로 정리한 걸로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의연하게 여러가지 정보를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도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이쿠 큰일났네’ 류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편한 분위기 속에서 말할 때 적지 않게 나오는 문장입니다.

▶“광주에서 출발한 고속열차가 대륙으로 달려가는 날 하루 속히…”= 지난 1일 광주 송정역에서 열린 호남고속철도 개통식 축사에서 한 말입니다. 박 대통령이 광주를 찾은 건 취임 이후 이날이 네번째라고 합니다. 그는 “우리가 만든 호남고속철도는 지역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적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해서 국토균형발전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나주는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식 참석 뒤 나주혁신도시를 찾아간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렸습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자주색으로 된 사진첩을 건네면서입니다. 사진첩엔 1971년 12월, 육영수 여사가 헬기를 타고 나주 한센인촌 현애원을 방문해 씨돼지 20마리를 전달할 때의 장면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행사 관계자가 “박 대통령님이 2004년, 2005년에도 나주에 오셨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 추모비도 있고, 나주는 인연이 깊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핵 풀어내는 해결책은 결국 한반도의 통일”=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민주당 대표 등을 접견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미얀마의 변화, 미국과 쿠바간 관계 정상화 협의, 최근 이란의 핵협상 진전 속에서 북한만 변화를 외면하고 고립의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90세에 가까운 고령임을 감안할 때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대표단에 설명했습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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