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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통(外統)수] ‘반기문마저 잃긴 싫어’, 제발 관심 두지 마세요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초등학교에선 장래 희망에 유엔 사무총장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반기문 효과이겠네요.

외교부에선 최근 재외공관장회의가 한창인데요, 전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해 활동하는 외교관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과 만나 몇마디를 나누다 보면 반 총장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세계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 할 말이 하나 더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 한류 못지않게, 어쩌면 한류보다 더 어깨를 으쓱거릴만한 일이죠. 반 총장의 존재가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데에, 단순히 알리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유엔에서 반 총장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오준 유엔 대표부 대사가 방한해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유엔 내 한국 활동과 북한 인권을 보는 유엔의 시각 등의 질문이 오간 뒤, 반 총장이 질의응답에 올랐습니다.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데에 반 총장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오준 대사는 단호했습니다. “반 총장을 자주 뵙고 들은 바에 따르면, (반 총장은) 정치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상 외교관은 확정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항상 여지를 남겨둬야 하는 외교의 특성 때문이죠. ‘전혀’, ‘절대’ 이런 류의 단어를 외교관의 입에서 듣는 경우는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오 대사가 “전혀 없다”고 말한 대목은 그래서 더 큰 무게가 실립니다.

반 총장은 사실 올해 초부터 꾸준히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차기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 총장은 정치권에서 보면 그야말로 포기하기 싫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일지 모르겠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출신의 후보란 이름 하나만으로도 인지도나 명성에서 그 어떤 후보를 압도할 테니까요. 끊임없이 반 총장의 이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에 유엔 사무총장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반 총장은 수많은 국민에게 새로운 꿈을 선사했습니다. 나이 많은 어른은 많지만, 존경받는 분은 찾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아이들이 롤모델을 찾기 힘든 사회입니다. 그래서 반 총장은 더욱 소중한 존재입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생각납니다. 안 의원이 정치권에 발을 내딛기 전 기자가 중소기업을 출입했을 때입니다. 이제 막 도전을 시작한 수많은 벤처기업 창업가를 인터뷰했습니다. 만나면서 그들은 하나같이 안 의원을 롤모델로 꼽았습니다. 안철수란 이름을 보고 벤처에 도전했다는 이들도 꽤 많았죠. 젊은 벤처인에게 안철수는 도전의 상징이며, 그들이 그리는 미래였습니다.

정치인으로 거듭난 지금, 안 의원은 최소한 정치권에선 새 입지를 다졌는지는 모르지만 벤처업계에선 과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오 대사는 정치권에서 반 총장을 언급하는 데에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습니다. 반 총장의 활동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인류애를 목표로 한 활동들이 자칫 정치적 야망을 위한 행보로 오해될 수 있다는 걱정이죠.

임기를 마친 후 반 총장의 행보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온전히 임기를 마무리하기 전까지만이라도 ‘방관’하는 건 어떨까요. 본인도 원하고 국익에도 도움되는 길입니다.

정치권에서 뉴 페이스 찾기에 혈안이지만 반 총장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보다는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더 많은 초등학생이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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