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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오연주]학부모 ‘新등골 브레이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준비물을 하나하나 챙기는 것은 부모들의 기쁨이다. 튼튼해보이는 필통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공책까지 세심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이 기쁨이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 멋진 책가방을 사주고 싶은 마음에 알아보면 어느새 가격이 70만원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신(新)등골브레이커’로 일본 브랜드 란도셀 책가방이 떠올랐다. 란도셀은 백팩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의 ‘란셀(ransel)’에서 비롯됐다. 일본 에도(江戶) 시대말기인 1847년 왕족과 귀족자녀들의 교육기관으로 세워진 가쿠슈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백팩 형태의 가방을 메도록 한 것이 기원으로 알려져있다. 100% 수제품의 비싼 가격으로 일본 부모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 제품이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가격이 한층 더 비싸졌지만, 우리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해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야말로 없어서 못판다는 가방이 됐다. 최고가격은 69만8000원, 가장 싼 것도 34만원이나 한다.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둔 박모(35) 씨는 “란도셀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일본 직구까지 알아봤지만 그것도 비싸 포기했다”며 “아직 아이가 어려 고가 가방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란도셀 뿐만 아니다. 국산 빈폴 키즈 초등학생용 가방 가격도 최저 13만5000원부터 최고 23만5000원에 시판중이다. 더 비싸고, 더 좋은 가방을 사주고 싶다는 부모들의 경쟁심리 속에 초등학생 가방 시장은 과열된지 오래다.

한자녀 가정이 늘면서 아이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들의 마음을 무턱대고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부모 마음을 노린 상술에 결국 마음을 다치는 것은 누가 더 좋은 가방을 멨는지, 경쟁 아닌 경쟁에 몰린 아이들이다. 새로 만난 친구에게 “네 가방은 얼마짜리니?”라고 묻는 장면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입은 제품 가격에 따라 중고등학생들의 계급까지 나뉜다는 미국산 노스페이스 점퍼 광풍이 지나갔지만, 등골브레이커는 이제 초등생 가방까지 내려갔다. 이쯤되면 어린이집, 유치원 학부모의 등골브레이커도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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