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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영의 읽는 노래> 11. ‘달관’은 얼어 죽을…하고 싶은 걸 하자니까?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작은 짐을 안고 태어날 때부터/어쩔 수 없는 책임감을 가졌던/나는 앞만 보는 일개미/꿈을 잊은 어떤 아저씨/오늘도 담배 값에 교통비에/점심 값에 자판기 커피는 얻어먹었구나/어쨌든 홀쭉해진 지갑에 거울 앞에 작은 생명체”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일을 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마도 행복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일을 하면서 과연 행복하신가요? 이 질문에는 많은 분들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쉴 것 같군요.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행복을 위해 일을 하는데, 정작 일을 하면 할수록 행복은 저 멀리 달아나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일까요?

“Just Like A Fool~ 난 너를 노래해/Like a fool~ 모두가 나를 비웃어도/우~ 우~ 우~ 우~ 개미의 꿈/우~ 우~ 오늘은 노래 할 거야”

최근 ‘달관세대’라는 말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달관세대’는 일본 ‘사토리(悟り) 세대’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돈벌이나 출세에 관심 없는, 즉 돈을 적게 벌어도 만족하며 사는 젊은 세대를 의미합니다. 글쎄요. 자신의 온갖 욕망을 유보한 채 안빈낙도하며 깨달은 척 하는 것이 과연 ‘달관’인가요? 젊은 세대가 현실의 제약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박탈이죠. ‘달관세대’의 ‘달관’은 미래가 절망적이니 현실에 안분지족하라는 비틀린 깨달음의 포장으로 들리는 군요. 일락의 ‘개미의 꿈’은 ‘달관’을 노래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달관세대’와는 또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너를 만난 그 순간부터 난 너무 설렜지/넌 너무 완벽해 한참을 봤었지 몰래/햇살이 따뜻했던 어느 날 작은 미솔 머금고/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난 꽃이 되었네”

짐승들도 때가 되면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습니다. 그런데 사람으로 태어나서 연애ㆍ결혼ㆍ출산 등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포기하는 짐승만도 못한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포기하면 편해진다고요? 그것은 연명치료와 다를 게 없잖아요?

“난 오늘을 노래하며 오늘도 놀래/웃고 떠들래 복잡한 건 관둘래/매일 헤벌레 있는 게 제일 행복해/일 벌레 되긴 싫어 놀기 위해 돈 벌래/누군 날 걱정하고 누군 날 부러워해/내 미래를 걱정하고 현재를 부러워해/난 그냥 멋대로 해 아무렴 어때/그냥 헛되게 살고 있지 않은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기자는 학창시절 뮤지션이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부모님의 반대 등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꿈을 접어야했죠. 이후 기자는 마치 여우가 신포도를 바라보듯 “나는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를 세뇌했지만, 그 꿈은 옅어질지언정 끝까지 사라지지 않더군요. 꿈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나머지 결국 기자는 지난해 앨범을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무려 뮤지션을 꿈꾼 지 18년 만이었죠. 물론 기자의 앨범은 보기 좋게 묻혀버렸습니다만, 끝까지 기자를 괴롭혔던 아쉬움만큼은 눈녹듯이 사라지더군요. 오히려 더 빨리 용기를 내 시도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번대로 족족다 써버리면 어떡할래/반대로 꼭꼭다 숨겨놓고 어따 쓸래/난 아직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아/보나마나 넌 생각도 못할 거야 뭐 하나/난 오늘을 노래 하며 오늘도 놀래/웃고 떠들래 복잡한 건 관둘래/매일 헤벌레 있는 게 제일 행복해/일 벌레 되긴 싫어 놀기위해 돈 벌래”

미래를 위해 현재를 너무 묶어둘 필요는 없겠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현재는 확실하니까요. 그러나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묻어두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송곳처럼 삐져나와 마음 한구석에 상처를 입히더군요. 기자는 청춘이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을 믿고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관’은 청춘과 어울리지 않은 단어예요. 그리고 지금 이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잖아요.

“Just Like A Fool~ 난 너를 노래해/Like a fool~ 모두가 나를 비웃어도/우~ 우~ 우~ 우~ 개미의 꿈/우~ 우~ 오늘은 노래 할 거야”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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