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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통법6개월…‘통신시장 합리화’냐 ‘소비자 궁여지책’이냐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통신시장의 합리화냐, 소비자들의 궁여지책이냐.
시행 6개월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두고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시장 일각에서는 가계 통신비 절감과 불법 보조금 근절을 목표로 한 단통법이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효과가 없거나 극히 적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통신 업계 내부에서도 단통법의 애초 취지와는 달리 마케팅비 절감 효과는 적고, 자유로운 경쟁이 제한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통신 기업들의 실익은 적은데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단통법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단통법 시행 6개월을 앞두고 지난 27일 내놓은 통계자료는 일단 지표상으로는 통신 가입자들의 요금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7∼9월 평균 가입요금은 4만5155원이었으나 단통법이 시작된 같은해 10월에는 3만9956원으로 내려갔고, 지난 3월 1∼22일에는 3만6702원까지 떨어졌다. 법 시행 약 6개월만에 8453원이 줄어든 것이다. 평균 가입요금은 소비자가 이동전화를 가입(신규ㆍ번호이동ㆍ기기변경)하면서 선택한 요금제의 평균값으로, 기기 간 통신(M2M)이나 알뜰폰(MVNO), 선불요금제, 부가서비스는 제외된 금액이다.

시내의 이동통신 유통점.(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2년 약정시 실납부액을 기준으로 한 요금수준별 가입 비중에서도 중저가 요금제 비율은 늘고, 고가요금제는 감소했다. 저가요금제인 3만원대 이하는 2014년 7∼9월 평균은 49%였으나 올해 3월 1∼22일에는 59.5%로 10%p 이상 늘었다. 중가요금제인 4만∼5만원대도 같은 기간 17.1%에서 30.5%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6만원대 이상인 고가요금제의 경우 33.9%에서 10.1%로 20%p 이상 크게 감소했다.

단통법 시행이후 일시적으로 얼어붙은 시장도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전화 가입자 규모는 2014년 7∼9월 일평균 5만8363명(100%)이었으나 단통법 시행달인 10월에는 3만6935명(63.3%)까지 급락했다가 11월부터 단통법 시행 이전수준(5만 4957명, 94.2%)으로 회복했고 12월엔 6만570명(103.8%)으로 이전 수준을 오히려 넘어섰다.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6만7522명(115.7%), 5만8876명(100.9%)을 보이다 이달 1∼22일에는 일평균 5만3992명(92.5%)을 나타냈다.

단통법 시행으로 신규와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가입유형에 따른 지원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번호이동은 줄어든 대신, 기기변경은 늘어났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평균가입요금이 줄고, 요금수준별 가입비중에서 중ㆍ저가요금제 가입이 늘어나는 등의 지표변화가 가계통신비 인하나 통신 시장 합리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가입 유형별 요금 차별은 없어졌지만, 각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은 최신 고가 휴대폰과 고가 요금제에 집중돼 있어 휴대폰 구입비를 포함한 통신비는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반박 근거다. 또 단통법 이전에는 이통사와 유통점이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고액의 휴대폰 구입비를 상쇄시켰으나 단통법 시행 후엔 보조금 경쟁이 제한돼 휴대폰 구입비 부담은 결과적으로 더 늘어난 셈이 됐다. 정부가 단통법의 목적으로 제시한 단말기의 출고가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고 보조금은 시간이 갈수록 하향 평준화됐다. 이때문에 평균가입요금의 감소와 중저가 요금제의 비중 상승이라는 지표상의 변화가 합리적인 소비의 결과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궁여지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최근 이통사는 각종 결합 상품 할인제도도 줄이는 추세다. 중고폰 선보상제와 가족결합 포인트제가 단통법 시행 후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보조금 제한정책과 함께 소비자들과 소비자권익 단체들이 “단통법이 고객에게 유리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단통법 이후 잊을만하면 터졌던 각 유통점들의 페이벡, 불법 보조금 살포 경쟁도 소비자들과 통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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