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커브구간엔 여기저기 신음소리…임산부는 승차 엄두도 못내”
연장개통 지하철 9호선 출근길 가보니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이 개통한 후 첫 출근이 이뤄진 30일 아침 출근시간. 다행히 우려했던 안전사고는 발행하지 않았지만 ‘지옥철’의 모습은 여전했다.

기존에도 출근시간대 혼잡도가 240%에 육박해 이번 연장 개통으로 혼잡이 더 심해져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오전 7시 30분 당산역. 열차의 문과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줄을 선 사람들이 꾸역꾸역 탑승을 시도했다.

마지막 사람은 문 위쪽을 지지대로 삼아 자신의 몸을 열차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지하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이 개통한 후 첫 출근이 이뤄진 30일 오전 다행히 우려했던 안전사고는 발행하지 않았지만‘ 지옥철’의 모습은 여전했다.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역에서 시민들이 만원 전철에 탑승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하지만 승강장 각 문 앞엔 열차를 바로 앞에 두고도 타지 못한 사람들이 7~8명씩 두 줄로 서서 다음 차를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 안전요원들은 경광봉과 녹색 깃발을 함께 들며 “다음 열차를 이용해주세요”라고 연신 외쳤다.

지하철 직원들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띠를 두르고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승강장 사이에 있는 의자 위에 올라가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8시 5분에 도착한 종합운동장역 방향 열차에 직접 타 봤다.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선 열차 안은 팔을 옆으로 움직일 공간도 주지 않았다.

열차가 곡선 구간을 지날 땐 잡을 손잡이가 없어 중심을 잃은 승객들이 반대방향으로 쏠리면서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바로 문 앞에 있던 기자는 열차 안쪽에 있는 사람들의 하중에 밀려 순간 압사의 위협을 느꼈고 호흡이 힘들어 현기증까지 날 지경이었다.

정차역에서 열차의 문이 열릴 때마다 “잠시만요”라고 외치며 어깨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출구를 찾아내리는 승객들이 많았다.

한 할아버지는 동작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반대쪽 문에 서 있다가 타이밍을 놓쳐 결국 고속터미널까지 가서야 하차할 수 있었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만난 임산부 이승연(31) 씨는 “9호선이 일반열차에 비해 훨씬 공간이 좁은 데다 연장 개통으로 저같은 임산부는 피크 타임엔 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시 종합운동장역에서 개화행 열차에 탑승했다.

봉은사역에서 탄 회사원 김영한(32) 씨는 “한 차가 오고 다음 차가 올 때까지 10분을 기다린 것 같다”며 “출근 시간엔 열차가 두어 대마 더 있어도 이렇게 혼잡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탄 대학생 이준석(24) 씨는 “일반열차보다 9호선이 작아서 더 사람이 많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사람이 많으면 한 대를 보내고 다음 열차를 타기도 하는데 오늘은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서 그냥 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9호선 혼잡 완화를 위해 8663번 등 무료 출근 전용버스 운행에 들어갔지만 첫날 이용률은 저조했다.

이날 아침 염창역에서 여의도로 가는 8663번 버스를 타는 승객들은 주로 기존에도 9호선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이었다.

9호선 이용의 대안으로 새롭게 8663번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2~3대 당 1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기존 승객들만 공짜로 버스를 타게 된 셈이다.

회사원 안모(27ㆍ여) 씨는 “제가 출근하는 시간엔 염창역에서 여의도까지 그렇게 막히는 편이 아니라서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난주보다 승객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포에 사는 백모(27) 씨는 김포공항역에서 여의도까지 무료 버스가 운행된다는 것을 알고도 공항철도에 탔다.

그는 “출근 때 김포에서 버스를 타면 무조건 막히기 때문에 도박을 하기 싫었다”며 “9호선도 김포에서 급행을 타려는 사람들이 맣은데, 진짜 살인적으로 사람이 많아 차라리 공항철도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9호선 2단계 구간은 1단계 구간 종착역인 신논현역에서 시작해 언주역, 선정릉역, 삼성중앙역, 봉은사역, 종합운동장역 등 5개 역으로 이어진다.

사건팀/gil@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