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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캠핑장 사고1주일] 구색만 갖춘 안전…여전히 ‘위험천만’ 캠핑장
[헤럴드경제=배두헌ㆍ이세진ㆍ문재연ㆍ양영경ㆍ김진원ㆍ장필수 기자] “날씨가 추워서 석유난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위험하긴한데 장사하려면 어쩔 수 없이 들여다 놔야죠.”

캠핑장 주인은 석유 난로를 텐트 안에 들여놓은 뒤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 발생 1주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확인하기 위해 지난 주말 본지 기자들이 경기도 가평의 한 캠핑장을 찾았다. 소화기 비치 등 안전을 위한 구색은 맞췄지만 운영자와 이용객들의 안전 의식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발 전 인터넷 검색을 하자 수많은 캠핑장들이 전기장판, 선풍기, TV, 냉장고 등은 물론이고 냉ㆍ난방기, 전기스토브, 전자레인지, 드라이기까지 갖췄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필요한 도구를 다 갖춰놓은 캠핑을 ‘글램핑’(화려한 캠핑ㆍglamorous camping의 합성어)이라 한다지만 TV나 전자레인지, 드라이기 등이 정말 캠핑에 필요한 도구인지 의문이 생긴다.

기자들이 찾은 곳은 소수의 전기기구와 바닥 난방만을 제공해 안전해 보이는 수준의 글램핑장. 하지만 이곳 역시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캠핑 사이트(http://gocamping.or.kr/)에서 확인할 수 없는 미등록 업체였다.

27일 저녁 이곳 총 10개의 글램핑 텐트 중 이용객은 세 팀에 불과했다.

캠핑장 주인은 “지난 주말에는 꽉 찼었는데 이번주는 지난번 사고 때문에 손님이 없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주인은 이용객들에게 소화기 위치를 안내하는 등 화재에 민감한 모습이었다. 몇번이나 “불 나면 큰일 나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재시 대피ㆍ대응 요령 등 매뉴얼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강화 캠핑장 사고 이후 지자체에서 비치토록 권고한 휴대용 비상조명등이나 비상탈출용 커터칼도 찾을 수 없었다.

텐트와 텐트사이 간격은 1.5m에 불과해 한 곳에 불이 나면 다른 텐트로 옮겨 붙기 쉬워 보였다.

텐트는 내외부 두 겹의 이중구조였다. 외부 텐트엔 석유난로가 나무 테이블 옆에서 열기를 뿜고 전기밥솥과 등을 연결하는 멀티탭이 있었다.

내부 텐트엔 전기장판과 스탠드 코드가 멀티탭에 꽂혀 있었고 바닥엔 전기패널이 깔려 있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텐트에 들어와 있는 멀티탭 전기선은 밖으로 길게 이어져 외부의 펜션에서부터 끌어온 듯 보였다.

숯불 바베큐는 텐트 앞 나무데크에 설치됐다. 고기를 굽다가 이따금 솟아오르는 불길이 바람을 타고 텐트쪽으로 옮겨붙을 것 같아 위험하게 느껴졌다.

확인결과 이 텐트 역시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가연성 옥스포드지 소재였다.

이용객들 역시 안전에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다.

여자친구와 이곳 글램핑장을 찾은 회사원 이모(29) 씨는 “캠핑장 사고를 알지만 조심하면 되겠다 싶어서 왔다”면서 “날씨가 추워서 주인 몰래 텐트 안에서 바베큐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냄새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소화기는 텐트 내부가 아니라 텐트 바깥쪽 나무데크 입구에 물 호스와 함께 비치돼있었다. 외부에 비치돼있음에도 마치 엊그제 구비된 듯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소화기 제조년월은 2015년 3월이었다.

호스 밸브를 열어 물을 틀어봤더니 1m도 뻗지 못하고 찔끔찔끔 나왔다.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

캠핑장 주인은 “화장실까지 갖춘 글램핑장도 있지만 우리는 전기장판이랑 온돌 정도밖에 없어 100% 안전하다”고 단언했다.

텐트와 몇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숯에 불을 붙이는 LPG가스통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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