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고등학교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던 그는 퇴사 후 곧바로 서울 대학로의 갈갈이 패밀리 극단에 입단했다. 그의 인생에 크나큰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였다. 극단에 입단하여 개그맨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키워나가던 중, 2002년 실시한 KBS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에 응시해 동상을 받고 그 후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할 수 있었다. 그는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존재감이 있었다. 봉숭아 학당, 유치개그 등의 코너에서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정말 ‘웃기는’ 개그맨 대열에 합류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았던 정형돈에게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쉽지 않았다. 2005년부터 무한도전에 합류해 시청자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맡았던 역할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간의 캐릭터 갈등으로 많은 고민을 해야만 했다. 그 후 그는 정말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무한도전’에서 통편집되기 일쑤였고, 자막에서도 그를 ‘어색한 친구’, ‘재미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매 주 출연해 최선을 다했지만 시청자들은 다른 멤버에 비해 그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다. 2006년엔 ‘일밤’에서 다양한 코너에 참여해 ‘무한도전’에서보단 좀 더 얼굴을 비출 수 있었다. ‘무한도전’에만 가면 작아지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든 것은 탄탄대로 가요제라는 애칭이 붙은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라고 할 수 있다. 파트너였던 정재형과의 케미스트리는 그야말로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예능에 익숙하지 않았던 캐릭터인 정재형의 장점과 특징을 잘 살려내며 무한도전에서 볼 수 없었던 탱고 장르를 개척해냈을 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했던 지드래곤, 이적, 싸이 등 다른 뮤지션들과의 호흡으로 재미를 이끌어냈다. 그 후 정말 ‘탄탄대로’를 탄 정형돈은 무한도전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 등의 별명을 얻으며 적재적소의 애드리브로 무한도전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2011년 7월부터 시작한 ‘주간 아이돌’에서도 데프콘과 2MC로 나서며 그 동안 잘 알 수 없었던 아이돌의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주며 아이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인피니트 성규, 에이핑크 보미 등 무대와 다른 반전 매력으로 새로운 ‘예능돌’을 만들어낸 정형돈의 능력은 침체되어 있었던 그가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는 듯 하기도 했다.
2012년엔 tvN ‘롤러코스터2’의 ‘남녀탐구생활’에서 이 시대 남성의 표본을 보여주며 공감을 이끌어낸 예능인으로 탄생했고, 2014년 11월부터 시작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셰프들과 게스트을 리드하며 명MC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예능 미생’이었다. 잘 풀릴 것만 같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엔 ‘핵’이 된 그런 미생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느낄 그의 외모와 개그에 많이 웃었고, 우리는 그의 개그에 아직도 웃을 날이 많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늦게 핀 꽃인만큼 그의 예능감도 오래가길 바라며, 더욱 많은 프로그램에서 그의 톡톡 튀는 예능감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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