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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현희와김루트 “예쁘고 멋지지 않으면 어때? 즐겁잖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혼성 듀오는 종종 연인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한다. 이는 남녀가 오래 함께 붙어있으면 반드시 역사(?)가 벌어진다는 경험칙에서 나오는 오해인데, 신현희와김루트는 이 같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독특한 혼성 듀오이다. 연인 같은 혼성 듀오는 많지만, 남매 같은 혼성듀오는 실제 남매인 악동뮤지션 외엔 찾아보기 어려우니 말이다. 신현희와김루트는 익살과 만담으로 청자의 마음을 열지만, 이는 귀여운 속임수이다. 이들의 익살 뒤에는 진지함이 감춰져 있고, 진지함 뒤에는 눈물 한 방울이 고여 있으니 말이다. 신현희와김루트가 셀프 타이틀로 발매한 데뷔 앨범은 그 증거이다. 지난 11일 신현희와김루트의 멤버 신현희, 김루트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현희는 “혼성 듀오는 흔하지만 남매처럼 티격태격하며 꾸미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혼성 듀오는 흔하지 않아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음악을 하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게 2년 전인데 이렇게 앨범까지 발매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듀오 신현희와김루트가 첫 미니앨범 ‘신현희와 김루트’를 발매했다. 왼쪽부터 김루트, 신현희. [사진제공=디오션뮤직]

대구 출신인 신현희와 경북 칠곡 출신인 김루트가 인연을 맺은 장소는 지난 2012년 대구 동성로이다. 당시 동성로를 지나가던 김루트는 팀을 꾸려 버스킹(거리 공연)을 벌이던 신현희를 지켜보다가 신현희에 목소리에 매료됐다. 이를 계기로 신현희와 한 팀으로 활동했던 김루트는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위해 상경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현희가 김루트의 뒤를 따랐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신현희가 가업을 이어야한다고 생각한 부모가 음악 활동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신현희에게 김루트는 사실상 마지막 비빌 언덕이었다.

신현희는 “달랑 5만원을 들고 무작정 집에서 나와 서울로 올라왔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막막했다”며 “연락이 닿은 김루트가 악기 두 대를 팔아 도와줘 겨우 반지하방을 얻어 정착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현희와김루트의 선택은 여느 인디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버스킹이었다. 멋있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개성적인 목소리로 명랑하고 즐거운 무대를 만드는 신현희와김루트는 홍대의 수많은 인디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튀는 존재였다. 신현희의 아기자기한 목소리와 김루트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목소리는 이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조합이었다. 신현희와김루트는 지난 2013년 ‘인디스트릿’ 선정 뮤지션 공연 랭킹 8위 선정,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서 ‘숨은 고수’ 출연에 이어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K-루키즈’의 최종 6인으로 선발돼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200회에 가까운 크고 작은 공연은 모두 이들에게 음악적 자산이 됐다.

김루트는 “처음에 버스킹을 할 때엔 커버곡을 주로 연주했는데, 현희는 커버곡조차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만큼 자기 색깔이 강하다”며 “우리는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친근함을 가진 팀이지만, 그런 음악적 개성을 인정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듀오 신현희와김루트가 첫 미니앨범 ‘신현희와 김루트’를 발매했다. 왼쪽부터 김루트, 신현희. [사진제공=디오션뮤직]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의 결은 신현희와김루트가 자칭하는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라는 수식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층적이다. 잘 생기고 예쁜 사람들에 대한 선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첫 곡 ‘신현희와 김루트’, 좋아하는 남자에 대한 고민을 오빠에게 상의하는 모습을 그린 ‘오빠야’, 좋아하는 모자를 구입하는 과정을 만담으로 표현한 ‘캡송’, 부모님이 집을 비운 날 친구들과 함께 보낸 하룻밤을 묘사한 ‘집 비던 날’이 신현희와김루트의 표면적인 모습이라면 후반부의 2곡 ‘편한 노래’와 ‘날개’는 이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편한 노래’의 “내가 좋아하는 녹차라떼 사 먹으려 했더니 잔액이 없대 없대/이런저런 얘길 하다 보니 별거 아닌데도 괜히 웃음이”와 ‘날개’의 “나는 어리고 집이 그립고 따뜻한 사람의 손이 어색했지/나는 여리고 늘 불안하고 차가운 말들에 상철 받았었지”와 같은 가사에서 신현희와김루트는 슬퍼도 웃어야 했던 삐에로의 비애를 드러낸다.

신현희는 “서울로 올라와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하고 인간관계에서도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공연에선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며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의 모습이 많이 노출되는데, 이는 우리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은 의지”라고 설명했다. 김루트는 “앨범에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마냥 밝고 명랑한 음악만 하는 팀이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첫 미니앨범인만큼 우리가 가진 무지갯빛처럼 다양한 색깔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후반부의 2곡으로 예상치 못하게 청자의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신현희와김루트이지만 마지막에는 익살을 잃지 않는다. 앨범 재킷에는 가사 대신 미로 찾기 그림이 실려 있다. 미로를 하나하나 따라가보자. 앨범을 들으며 미로를 따라가다보면 차례로 그림을 하나씩 만나게 되는데, 그 차례가 트랙의 순서이고 그림은 곡의 제목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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