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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의 이 장면&이 대사] 타이미 VS 졸리브이, 저급한 욕 배틀이 힙합인가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삐 처리’의 향연이었다. ‘디스’는 ‘힙합’ 고유의 문화라지만, 삐딱하게만 보이는 여성 래퍼들의 욕배틀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5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 5회분에선 레전드 힙합 프로듀서 MC메타와 D.O(이현도)의 트랙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이 진행됐다. 두 프로듀서의 히트송을 재해석하는 미션을 받은 8인의 여자 래퍼들은 제시-키썸-졸리브이-육지담 팀과 치타-지민-타이미-제이스 팀으로 나뉘어 500명의 관객 앞에 섰다.


방송에서 눈길을 끈 건 2년 전 ‘디스전’을 통해 앙숙 관계가 된 졸리브이와 타이미의 정면대결이었다. 이 대결을 펴기 까지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졸리브이는 타이미에게 과거의 디스전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정면대결’을 제안했으나 그간 타이미는 노골적으로 그를 피해왔다. 


특히 “졸리브이와 같이 있기 싫다.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타이미는 “내 이름에 꼬리표처럼 안 붙었으면 좋겠다. 이 친구 때문에 여기 나오는 것도 고민 많았다. 같이 서있기 싫어서다. 난 안 하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졸리브이의 도발은 계속 됐다. 그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마주치기 싫으면 나오지 말았어야지”라고 했고, 이에 격분한 타이미는 “야 다 들리거든”이라며 거침없이 욕을 쏟아냈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다. 타이미는 졸리브이에게 “넌 그냥 똥 같은 존재. 밟아주기도 더럽지. 난 사람 아닌 돼지랑은 못 놀겠네”라며, 졸리브이는 “넌 고작 할 수 있는 게 욕과 허세. 이비아에서 타이미, 바뀐 것도 없다”고 말하며 타이미를 공격했다. 그 과정은 비프음의 연속인 욕잔치 수준이었다. 인신공격에 성적비하는 물론 손가락 욕까지 일삼는 장면들이 여과없이 방송됐다. 심지어 졸리브이는 또 다시 맞은 디스전 이후 타이미를 ‘식은 떡밥’ 등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시청자들도 의구심을 드러낸다. 한 시청자는 “욕만 하면 다 힙합인가. 중학생도 아니고 랩배클을 한다면서 서로 욕만하는 건 보기 좋지 않았다”, “디스전은 서로를 향한 실력을 평가해야하는게 아닌가. 외모비하와 성적 조롱이 난무하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디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폄하하는 ‘디스 리스펙트(Disrespect)’ 줄임말로, 힙합을 상징하는 독특한 문화로 국내에도 이식됐다. 서로에 대한 랩스킬이나 음악적 견해, 태도를 비판하는 가장 날선 게임이다. 이 과격한 논쟁은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힙합의 중흥을 이끌었던 투팍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사이의 디스전이 갱단까지 동원된 총격 사망사건으로 번지며 막을 내리기도 했다. 


국내 힙합사에서 보여준 디스전도 각양각색이다. 그 가운데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디스전은 길이 남을 만한 수준이다. 신랄한 풍자라도 있었다면 좋으련만 욕설이 난무하는 밑바닥 랩스킬은 ‘날 것’의 매력이라기보단 음악성은 실종된 졸렬한 전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논란’으로 인기를 끈 서바이벌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스핀오프로 출발했다. 국내 최초의 여성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한다는 기치로 등장했으나 저급하기 짝이 없는 인신공격과 비하, 쌍욕만 오간 삐처리의 향연은 뒷골목을 배회하는 불량청소년의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방송을 바라보던 시청자에겐 그저 남의 집 불구경은 아니었을까.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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