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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쌈마이’도 노라조처럼 하면 ‘예술’이 된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삼각김밥 모양의 헤어스타일, ‘뽕끼’가 절절 흐르는 흥겨운 멜로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가사, 황당무계한 뮤직비디오……. 듀오 노라조(Norazo)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엽기’이다. 미성년자청취불가, 방송 불가 판정은 노라조에겐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가. 데뷔 당시 “곧 망하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노라조가 올해로 무려 활동 10년차를 맞았다는 사실을. 노라조가 데뷔 후 단 한 번도 방송에서 립싱크를 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노라조의 최신곡 ‘니팔자야’의 뮤직비디오가 방송 한 번 타지 않고도 공개 4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지난 3일 오후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노라조의 멤버 조빈과 이혁을 만나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회와 ‘니팔자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싱글 ‘니팔자야’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듀오 노라조. 왼쪽부터 조빈, 이혁. [사진제공=노라조프로덕션]

▶ ‘강남스타일’ 열풍을 닮은 심상치 않은 행보= 조빈은 “함께 데뷔했던 가수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가수는 노라조뿐이다. 이제 노라조는 직장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결코 지겨운 직장이 아니다”며 “되돌아보니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고, 결국 버텨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앞으로 엉뚱한 짓만 하지 않으면 가늘게 길게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혁은 “지금까지 노라조 활동 외에 한 가지 일을 10년 동안 꾸준히 했던 기억이 없다”며 “지난 10년 동안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발판을 쌓았고 이제 정말로 시작”이라고 말했다.

사이비 교주를 연상케 하는 기괴한 연기와 최면 영상, 착시 효과 등을 컴퓨터 그래픽과 결합한 ‘니팔자야’ 뮤직비디오는 지상파 방송사는 커녕 음원 사이트의 심의도 통과하지 못했다. 사실상 국내에선 홍보할 길이 막힌 이 뮤직비디오를 살린 것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지난 달 22일 ‘니팔자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공개되자, 노라조의 유튜브 채널 회원 2300명은 부지런히 SNS로 뮤직비디오를 퍼 날랐다. ‘병맛’이 보통이 아니어서 입소문도 빨랐다. 6일 오전 10시 현재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약 185만 건을 기록 중이며 증가세 또한 가파르다. 또한 해외 누리꾼의 관심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등 이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은 여러모로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과 닮아있다.


“처음부터 방송 심의를 포기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는데 막상 홍보할 길이 막히니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죠. 정말 마음을 비우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는데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SNS는 기회의 창이었고,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지 않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습니다. 만약 ‘니팔자야’ 뮤직비디오가 조회 수 1000만 건을 돌파한다면, 티켓가 1000원에 관객 1000명을 초청하는 ‘1000원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입니다”(조빈)

‘니팔자야’ 뮤직비디오의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색상과 컴퓨터 그래픽은 이엑스아이디(EXID)의 ‘위아래’,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 뮤직비디오를 만든 연출팀 디지페디의 작품이다. 디지페디는 이번 뮤직비디오를 크로마키 기법(색상 차이를 이용한 화면 합성기법으로 주로 방송 일기예보에 쓰인다)으로 제작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

“디지페디가 제작한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꼭 한 번 그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디지페디 또한 노라조와 작업해보길 원한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발견해 인연이 이어졌죠. 우리가 주문한 사항은 ‘또라이’ ‘미친놈’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것뿐이었고, 나머지는 디지페디를 고(故) 백남준 같은 예술가라고 생각하며 모두 그들에게 맡겼습니다. ‘니팔자야’ 뮤직비디오에 현재 한국어, 영어, 일본어 자막이 달려있는데 여기에 중국어, 스페인어 자막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안무를 담은 뮤직비디오도 추가로 올릴 예정이고요.”(조빈)


▶ ‘엽기’에 가려진 뜨거운 로커의 열정=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헬로윈(Helloween), 감마레이(Gammaray), 아치 에너미(Arch Enemy)……. 노라조가 인터뷰에 앞서 기자와 함께 30분에 걸쳐 열을 올렸던 이야기의 주제는 헤비메탈이었다. 노라조를 잘 아는 이들은 노라조의 히트곡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가창력에 주목했다. 노라조가 그동안 발표한 앨범에 수록한 곡들의 상당수는 록이었고, 지난 2011년에 발표한 정규 5집 ‘전국제패’는 노라조의 음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도 높은 록 앨범이었다.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된 11분여의 대곡 ‘가이아(Gaia)’는 국내에선 이른바 ‘멜로딕 스피드 메탈’로 불리는 파워메탈 장르의 곡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앨범은 비록 상업적으로 좋은 결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노라조가 엽기적인 음악만 들려주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벗게 해준 작품이었다.

“5집 발표 이후 노라조의 음악을 조금 진지하게 바라보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록을 정말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록으로 음악 활동을 벌이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숨 쉴 구멍은 앨범에 타이틀곡 외에 담는 록이었습니다. 당근을 잘 못 먹는 아이에게 친숙한 요리로 당근을 먹이듯, 노라조는 노라조 만의 방식으로 대중에게 록을 이질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조빈)

노라조는 자유롭게 음악을 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자체 레이블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또한 노라조는 고민 끝에 양질의 음악을 만들어내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가져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라조는 스튜디오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작업실을 서울 홍대 부근에서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로 옮겼다.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음악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요. 과거 싱글 ‘야생마’를 녹음할 때에도 믹싱과 마스터링을 몇 번이나 뒤집은 나머지 제작비가 앨범 제작비에 육박했었죠. 당장은 힘들겠지만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직접 스튜디오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라조의 외전 격으로 ‘노라조 엑스포(가칭)’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록만을 앨범을 낼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월간 윤종신’ ‘월세 유세윤’처럼 매달 신곡과 가이드 보컬만을 담은 담은 또 다른 신곡을 싱글로 공개하고, 가이드 보컬만을 담은 신곡은 그 다음 달에 제대로 만들어 발표하는 독특한 형태의 시리즈를 생각 중입니다.”(조빈)

마지막으로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라조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꼽았다. 다소 황당했지만 노라조는 꽤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돌이켜보니 ‘가이아’의 기타 솔로에도 ‘캐논의 변주곡’을 삽입했던 노라조이다.

“‘니팔자야’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샘플링한 곡이지 않습니까. 이 곡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선보인다면 상당히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부산예고 학생들이 노라조의 ‘카레’를 합창으로 부르는 영상을 보고 정말 감탄했거든요.”(조빈)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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