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 귀족’ 크게 늘었다
-‘상위 1%’ 초고가 전세의 역설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인 이모 씨는 지난해말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세로 옮겼다. 지난해 9월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198㎡는 전국 최고가인 20억원에 전세 거래가 체결됐고, 전용 84㎡ 중소형 전셋값도 최고 10억원을 넘는다. 그는 “부진한 경제지표를 보면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돼 전세살이를 택했다”고 했다.

10억원 이상 초고가 전세에 사는 ‘전세귀족’이 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초고가 전세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폭증했고, 새해 들어서도 증가세다. 전체 서울 아파트 중 전셋값이 10억원을 넘는 곳은 지난해 11월 중순 기준 1만1000여 가구로, 약 1% 수준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비싼 아파트에 오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단지 모습. 이 아파트 전용면적 198㎡ 21층은 지난해 9월12일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4분기 전세 거래 폭발…새해에도 증가세=6일 본지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서울 지역의 10억원 이상 전세 거래는 총 2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전분기 대비 배 정도 급증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거래량은 전년 동월(63건) 대비 70% 정도 늘어난 105건에 달했다. 11월 거래량도 66건으로 전년 동월(38건) 보다 약 73% 불어났다.

거래 폭발의 주역은 서울 10억원 이상 전세 아파트의 90% 이상이 몰려 있는 강남ㆍ서초구다. 지난해 4분기 10억원 이상 전세 거래량은 강남구(154건)가 가장 많았고, 서초구(53건)가 뒤를 이었다. 이밖에 양천구 10건, 송파구 1건이었다.

4분기 전셋값이 가장 비쌌던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였다. 지난해 12월19일 이 아파트 전용 165㎡ 전세는 16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또 래미안퍼스티지(198㎡),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174㎡), 타워팰리스2차(164㎡), 대치동 동부센트레빌(161㎡) 등의 전셋값이 각각 16억원을 기록했고, 도곡동 도곡렉슬(176㎡)은 15억5000만원이었다.

새해에도 초고가 전세거래는 증가세다. 올 1∼2월 거래량은 지난 5일 현재 총 111건으로 전년 동기의 94건을 훌쩍 넘어섰다. 주택 거래 신고기간이 계약일로부터 60일인 점을 감안하면, 1∼2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소지가 크다는 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측의 설명이다. 게다가 봄 이사철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초라 올 1분기 전체 거래량은 전년 동기의 155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초고가 전세, 유행하는 진짜 이유는=이처럼 지난해 4분기 이후 초고가 전세 거래가 부쩍 활기를 띠는 건 왜 일까. 새학기를 앞두고 학군 수요가 움직이고 있는데다 강남 재건축 이주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곡동 N중개업소 대표는 “학군, 재건축 이주, 평수 확장 등을 이유로 전세를 찾는 손님은 끊이질 않지만, 물건이 모자란다”며 “이런 추세라면 곧 전셋값이 매매값과 같아질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인 것도 초고층 전세 유행에 한몫하고 있다. 강남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는 전셋값이 매매가 대비 70% 수준인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실수요자라면 돈을 더 보태 집을 살만하다. 그런데도 부자들이 초고가 전세를 선호하는 건 세금을 아끼려는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탓이다.

특히 9ㆍ1 부동산 대책, ‘부동산3법’ 통과 등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을 기회로 삼아 부자들이 집에 대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을 살 수 있는 많은 전세 세입자들이 집값이 오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전세를 고집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핵심 자산이다보니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도 투자 가치를 따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betty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