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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대비 성능 어떄?] 옛 필름카메라 손맛 즉석카메라…1초만에 출력…3×4사이즈 선물
‘…와이드 300’
필름 카메라 시절, 사진을 찍는 일은 작은 가족 행사였다. 셔터 한방이 바로 돈이였기 때문에, 배경을 고르고, 포즈를 잡는 것 하나하나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가족사진 대부분이 어색하게 웃거나 무표정하기 일쑤고, 몸은 막대기처럼 꼿꼿하게 경직된 것이 대부분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업체, 그리고 사진 현상소의 몰락 같은 산업계의 변화 뿐 아니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바꿔놨다. 베터리가 허용만 한다면 수백 수천컷을 찍는 건 일도 아니다. 여기에 디카같은 스마트폰 카메라까지 더해지면서, 구도나 배경, 인화비 따윈 더 이상 사직 찍는데 고민거리가 되지 못한다. 잘못 나왔다 싶으면 지우고 다시 찍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다보니 사진 한 장의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필름값에 인화비까지 더해 돈 천원, 여기에 사진찍기 위한 준비와 노력까지 더하면 몇 천원 했을 법한 사진 한 장의 가격은 이제 사실상 0원에 수렴한다.

‘후지필름 인스탁스 와이드 300’은 이런 사진 홍수 시대에 과감하게 반기를 들고 나선 아날로그 제품이다. 모양부터 옛 필름 카메라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한 손으로 들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묵직함과, 가죽 질감의 검은 색 외관은 이 카메라가 쉽게 찍는 디카가 아니라고 말한다.

렌즈 부분을 손으로 돌려 원근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있는 홈도 와이드 300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대다수 즉석 카메라들이 마치 옛날 1회용 필름 카메라처럼 보이는대로 찍고 뽑는데만 급급했다면, 와이드 300은 찍는 재미까지 더한 셈이다. 빛의 양을 조절해주는 내장플래시도 있어 사진 찍기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즉석에서 재법 훌륭한 작품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카메라 대부분을 커다란 필름 용지에게 내줘야 하는 즉석 카메라인 만큼, 전문 카메라만큼의 렌즈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의 대세인 ‘셀피’ 기능도 더했다. 전용 셀카 렌즈를 와이드 300 앞에 붙이면 훌륭한 즉석 ‘셀프 카메라’가 된다. 카메라 본체와 떨어진 자그마한 셀피 전용 렌즈는 와이드 300 본체에 손쉽게 붙일 수 있다. 다만 본체와 떨어진 작은 별도 부품인지라, 잃어버리기 쉽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와이드 300의 가장 큰 장점은 즉석 카메라면서도 제법 커다란 결과물, 즉 사진을 뽑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스탁스 미니의 2배 크기인 와이드 필름은 3×4 사이즈의 사진을 선물한다. 요즘 주로 인화에 사용하는 용지보다는 다소 작지만, 온 가족이 모두 담긴 사진을 예쁜 배경과 함께 넣기에는 충분한 크기다.

사진을 찍으면 1초 후 위에서 쓱 밀려나오는 재미, 또 어떻게 찍혔는지 보기위해 사진을 흔들며 기다리는 맛, 다소 물 빠진 옛날 사진을 보는 듯한 낯선 색감까지, ‘후지필름 인스탁스 와이드 300’은 즉석 카메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잘 담았다.

여기에 엘범에 넣기에 딱 알맞은 커진 사진 사이즈는 덤이다. 또렷하고 선명하다 못해, 때로는 과장된 듯한 느낌까지 주는 디카와 스마트폰이 넘처나는 요즘, 즉석 카메라만이 주는 ‘신중하게 찍는 즐거움’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족과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추억 선물이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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