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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 첫 사극·파격 애정신…이 악물고 말근육 완성”
영화 ‘순수의 시대’서 장군 김민재役 신하균
튀지않는 배역이지만 새 캐릭터에 욕심
신경질적 몸만들기 위해 7개월간 금주
체지방 2%대까지 뚝…체력 바닥나 고생
수위높은 정사신? 연애감정 살아날정도…



신하균에게 영화 ‘순수의 시대’는 흡사 장애물 달리기였다. 도전을 거듭하며 ‘김민재’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사극 경험이 없던 그는, 검술을 익히고 말 타기를 배웠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지만, 체지방이 2% 대에 이를 만큼 몸을 혹사시켰다. 연기 생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파격적인 노출신과 애정신도 감행했다.

노고에 비해 그가 맡은 배역은 다른 인물들에 비해 덜 튄다. 안상훈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김민재는 한 번도 자기 뜻으로 무언가를 해본 적 없는, ‘권력자의 장기 말과 같은 존재’다.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들끓는 이방원(장혁 분), 부마라는 족쇄를 버거워하며 방탕한 삶을 사는 김진(강하늘 분)이 연기자로선 더 욕심나는 선택지처럼 보인다. 그런데 신하균은 손사래를 쳤다.


“개성강한 역할은 많이 했잖아요? (김민재가) 표현을 안 하고 자제하는 인물이라 답답한 부분도 있었어요. 한편으론 그런 역할이라 오히려 매력을 느꼈죠. 관객 입장에선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실제로 신하균은 한창 멋있게 보이고 싶을 20~30대에 독특한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말 못하는 킬러(‘킬러들의 수다’), 청각장애 유괴범(‘복수는 나의 것’),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청년(‘지구를 지켜라’) 등. 피로한(?) 청춘을 보낸 그는 여전히 ‘새로움’을 갈망한다. 선한 역과 악역, 평범과 비범을 넘나들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캐릭터에 덤빌 기세다. 그 부지런함이 연기자라면 누구나 탐낼 법한 ‘연기 신(神)’, ‘하균 신’이란 수식어를 만들었다.

▶“약조하지 않았더냐. 지키겠다고.”(자신의 뜻대로 살아본 적 없던 김민재가 처음 의지를 드러낸 말)= “몸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이 악물고 만들었어요.”

신하균은 이번 영화를 앞두고 난생 처음 혹독하게 몸을 관리했다. 필사적으로 운동에 매달린 건 두 달, 유지 기간까지 포함하면 7개월 가량을 긴장한 채 지냈다. 촬영 기간 내내 술은 입에도 안 댔다. 덕분에 컴퓨터그래픽(CG) 뺨치는 ‘신경질적 근육’이 완성됐다.

사실 그는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남성이 조각같은 근육을 가진 것도 내심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따지면 몸매 관리를 할 이유가 없지만, 멜로 라인이 있으니 ‘최대한 기름기를 빼보자’고 스스로 결심했다. 감독 역시 김민재가 감정을 표현 못하고 살아온 캐릭터다 보니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근육, 어딘지 안쓰러워 보이는 몸매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스크린의 김민재는 빛났지만, 정작 신하균 본인은 몸에 지방이 없다보니 체력이 떨어져 고생했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자 노출과 액션 연기 등 순탄치 않은 여정이 이어졌다. 수위 높은 정사신이 포함된 영화는 으레 자극적인 부분 만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멜로 영화를 자주 경험하지 않았던 신하균에겐 부담스러운 관심일 법 했다. 그는 노출 장면 만이 도드라지는 영화가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작품을 선택할 때부터 주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제 부상 쯤은 호들갑 떨 일도 아닌 게 됐다. 신하균은 “마지막 전투 때 손이 찢어지고, 그 전에 발톱이 빠진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털어놨다. 발톱이 빠진 걸 모기 물린 것처럼 가볍게 말하기에 놀랐더니, “ ‘런닝맨’ 때는 갈비뼈 골절도 됐는데요, 뭘”이라며 웃어보였다.

배우 신하균이 영화‘ 순수의 시대’로 돌아왔다.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 경험을 쌓아왔지만, 사극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는 매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것이 연기자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처음으로 독하게 근육을 키웠고, 데뷔 이후 가장 수위 높은 애정신에도 도전했다. [제공=홈페이지]

▶“전 그 누구의 사람도 아닙니다”(왕좌를 노리는 계파 사이에서 김민재의 일갈)=지금까지 신하균이 거쳐간 작품을 보면, 비슷한 장르나 캐릭터가 없다. ‘지구를 지켜라’(2003)와 ‘카페 느와르’(2009) 같은 작품성 짙은 영화부터, ‘런닝맨’(2012), ‘빅매치’(2014) 등 상업 오락영화까지 두루 얼굴을 비췄다. 연기자로서 그가 품은 신념을 들어보면,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수긍이 간다.

“캐릭터든 이야기든 새로운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번에 어둡고 독창적인 영화를 했다면, 다음엔 많은 분들이 쉽게 이해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에 도전하기도 하고…. 연기를 잘 하고 못 하고는 개인의 능력이겠지만, 연기자라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늘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항상 그런 고민을 하고 싶어요.”

팬들 입장에선 고맙게도 최근 그는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바쁘게 오갔다. 지난 해 말, 드라마 ‘미스터 백’과 영화 ‘빅매치’로 대중을 만났고,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순수의 시대’로 돌아왔다. 한 두 해 연기한 것도 아닌데, 지치지 않고 장거리를 질주하는 원동력이 궁금해졌다.

“사실 일이라는 개념보다는 그냥 촬영 현장이 좋은 거예요. 새로운 작업이 흥분되고 에너지 넘치게 하니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물론 나이가 들면서 밤새는 게 쉽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긴 하죠.(웃음) 그래도 제가 활기차게 지낼 때는 역시 촬영 기간이에요. 몇 달 쉬다 보면 금세 또 다른 캐릭터,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요.”

▶“꿈을 꾸었다. 모두가 구분없이 한 데 어우러진 곳을…”(야만과 야욕의 시대에 지친 김민재의 독백)=스크린 밖 신하균은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싱글남이다. 최근에는 그가 7마리 고양이의 ‘아빠’라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원래 두 마리를 키웠는데 마당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더니 식구가 5마리 더 늘었다. 마당에 집까지 지어줬다고 하니, 길고양이들이 번지수를 잘 찾은 셈이다.

앞으로 만날 반려자가 고양이들을 잘 거둘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하니, 그는 “저부터 잘 거둬줘야죠”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번 작품처럼 애틋한 사랑을 연기할 때면, 내면의 감정들을 끄집어내다 보니 불가피하게 연애에 대한 자극을 받기도 한다.

“혼자 지낸 지 오래됐는데, 연애가 제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쩌면 제가 그렇게 못하기 때문에 작품에서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늘 그런 사랑을 꿈꾸죠.”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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